[뉴스토마토 어희재기자] 원자재 가격 약세로 자원수출국들의 자금난이 극심해지면서 세계은행(WB)의 대출 규모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10일(현지시간) WB 산하 조직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관계자에 따르면 6월 마무리되는 회계연도까지 WB의 자금 대출 규모는 250~300억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고 파이낸셜타임즈(FT)가 보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442억달러를 기록했던 2010년 이래 최대치다.
WB는 일부 대출 자금이 환경 요인과 국제적 분쟁 등 특정이슈로 인해 늘었다고 밝혔다.
김용 WB 총재는 “위기가 아닌 시기 가운데 대출규모가 최대치”라며 “에볼라 바이러스와 같이 기후 변화로 생긴 신종바이러스의 여파, 시리아 난민으로 인한 국제적 분쟁 등의 이슈로 인해 자본 요청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한 김용 WB 총재. 사진/로이터
그러나 주원인은 상품 가격 하락으로 인한 수출국들의 자금난인 것으로 집계됐다.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 WB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특정 이슈로 인한 대출이 아닌 특정 국가 예산에 개입하는 ‘개발 정책 대출((Development policy lending)’이 크게 늘었다”며 “전체 대출의 45%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유가 등 상품 가격이 급락하면서 자원수출국의 적자 규모가 증가해 대출 요청으로 직결된 것이다.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올해 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110억달러로 전망되는 가운데 지난 2월 나이지리아는 이미 세계은행에 긴급 자금을 요청했다.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WB가 국가 자금난 등 위기 대응에 있어서 국제통화기금(IMF)의 역할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됐다. 대출 조건에서 IMF보다 WB의 승인절차가 헐겁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용 총재는 “우리는 IMF와 협의하고 있다”며 “다만 늘어나는 대출 규모에 대응하기 위해 개혁 촉구 조건을 확립하고 자금 확충 방안을 고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15~17일 열리는 IMF·WB 봄철 연차총회에서 원자재 수출국들의 붕괴와 대출 증가에 따른 대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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