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꺼내든 ‘대선 결선투표제’ 카드가 정치권의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결선투표제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최다 득표자 2명이 결선을 통해 당선자를 결정하는 제도다. 이른바 ‘제도적 후보단일화’인 셈이다.
안 대표는 지난 19일 대선 결선투표제와 관련해 “총선이나 대선 직전 선거제도 때문에 당이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다당제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가 결선투표제를 제안한 이유는 내년 대선 레이스가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 국민의당 간의 3자대결로 치러질 경우 2012년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야권 후보를 단일화하라는 압박을 또 받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앞서 안 대표는 지난 4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우리는 선거법을 바꾸는 선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헌법 67조5항에는 ‘대통령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돼 있기 때문에 안 대표는 이 조항을 근거로 선거법만 고치면 결선투표제 도입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의당의 노회찬 전 대표도 이와 유사한 의견을 내놨다.
노 전 대표는 지난 18일 업로드된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에서 “헌법을 고치지 않고 법률을 고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며 “그 법안을 통과시키면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 노 전 대표는 2012년 7월26일 대선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이견도 나온다. 일부 헌법학자들은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려면 법률 개정이 아니라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근거는 헌법 67조2항에 나온 ‘최고 득표자가 2인 이상일 때에는 국회에서 다수표를 얻은 사람을 당선자로 한다’는 조항이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20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67조2항만 보더라도 동점자 규정을 두면서도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에 대한 규정을 두지 않은 건 현행 헌법의 규정상 결선투표제는 아니라고 전제하는 것”이라며 “이 조항을 놔둔 채 선거법에 대선 결선투표제를 도입한다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안 대표의 개인적 발언으로 의미를 축소했다. 그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그동안 안 대표의 심정에 있던 개인적인 생각이었지 않나 생각한다”며 “시기상조인 느낌이 든다. 아직은 거론할 때가 아니었고, 지금 총선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문제는 대내외적으로 충분한 공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천정배 공동대표는 다른 언론 인터뷰에서 결선투표제에 대해 "해야 될 일"이라고 동의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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