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최근 윤종규 KB금융(105560) 회장은 최근 현대증권을 인수하며 한국형BoA메릴린치를 목표로 하겠다는 포부를 밝혓다.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지난해 경영전략회의에서 우리은행이 벤치마킹해야 할 은행으로 웰스파고를 꼽았다. 이들 최고경영자(CEO)들이 앞다퉈 해외 금융지주사 모델을 배워야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현재 글로벌 금융의 무게추가 은행에서 비은행 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암시한다.
아직까지 은행 편중 현상이 심각한 국내 금융지주사와 달리 해외 금융사들은 증권사를 매입하거나 투자은행(IB) 인력을 모셔오는 식으로 비은행쪽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제로금리 기조로 순이자마진(NIM)이 곤두박질치자, 캐시카우 노릇을 하던 소매은행의 수익이 급감한 탓이다.
최근 수년간 농협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금융투자업권 1, 2위를 다투는 대형 증권사를 인수해 비은행 부문의 자산 규모에서 상당 부분 진척을 이뤄냈으나, 전문가들은 이제는 은행-증권의 결합, 협업을 통해 자산운용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유니버셜뱅크(은행·보험·증권 겸업)'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와 웰스파고, JP모건 등 영미권 금융지주들은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증권사 인수를 끝내고 비은행업을 본궤도에 올려놓았다.
특히, 웰스파고의 비은행 계열 행보가 눈에 띈다. 웰스파고는 투자, 자산관리, 증권 부문에서 상대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던 와코비아를 인수한 2008년 당시 비이자이익 비중이 37%에 불과했는 데, 인수 후 1년 만에 48%로 급등했다. 지금까지도 그 정도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비이자수익 확대는 전체실적으로 이어져 와코비아 인수 후 영업이익은 410억달러에서 880억7000달러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수수료 인상 거부감이 덜한 투자자문 분야를 확대해 수익성을 대폭 높인 사례도 있다. 실제로 웰스파고의 수수료이익 비중은 지난 2014년 말 기준으로 41%까지 올라섰다. 10% 안팎을 오가는 국내 금융지주와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웰스파고는 와코비아 와의 합병 이후 와코비아 증권의 소매 주식중개 부문은 '웰스파고 어드바이저스(Wells Fargo Advisors)', IB 부문은 웰스'파고시큐리티스(Wells Fargo Securities)'로 분리해 각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등 시너지 효과를 계속 창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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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셜뱅크의 전형으로 손꼽히는 BoA도 지난 2008년 메릴린치증권을 인수한 이후 비은행 부분에서 인상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은행형 자산관리와 기업금융, 투자 등의 부문에서 이종산업간 시너지를 노린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BoA는 BoA메릴린치로 이름을 바꾸고 본연의 업무인 은행업에 자산관리에 강한 메릴린치의 노하우를 접목시키는 작업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자산관리 인력을 충원하는 식으로 비은행 계열에 힘을 실어줬다. BoA메릴린치는 지난 19일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6억7500만달러(7700억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던 모건스탠리 투자자문팀을 전격 영입했다.
지난 2010년 부터 BoA를 이끌어 온 브라이언 모이니헌 최고경영자(CEO)는 "저금리로 인한 손실이 통제 불능 상태까지 이르렀다"며 "앞으로 증권사 지점에 근무하는 직원 수를 늘려 수익성을 높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에서도 비은행 강화 움직임이 포착된다. 미즈호 FG, 미츠이 스미토모 FG, 미츠비시 도쿄 UFJFG 등 일본 삼대 금융지주들도 저금리·저수익 구조를 극복하는 방편으로 비은행 계열 확대를 선택했다. 특히, 마즈호 FG는 은행과 증권, 신탁이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송치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비은행계열 확대는 세계적으로 봐도 아주 두드러지는 현상"이라며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나 웰스파고를 보면 그룹 손익계산서상에서 증권사 수익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저금리 상황에서 이자로 인한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다 보니 은행의 자산관리 능력은 그대로 살리되 증권사 등 비은행 계열의 이종 결합을 통해 많은 수익을 챙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개인금융팀장은 "(금융지주들은) 저금리 기조 아래에서 업황이 더 좋은 쪽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은행업은 2~3년 동안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데, 그 타개책으로 비은행 부문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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