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효주기자] 인도와 중국 등 신흥국 신·증설 정유시설에서 최근 본격적으로 석유제품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자, 석유제품 시장의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 정유업체들의 경우 좁은 내수 시장 탓에 수출 비중이 무려 50~60%에 달해 공급과잉의 타격을 가장 심하게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이런 상황을 두고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제는 신재생 에너지 분야나 자원개발 등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여전히 "고도화 시설을 확충해 더 나은 질의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가 화석에너지를 완전히 대체하기 까지 앞으로 수십년은 더 걸릴 것인만큼 당장은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정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인도, 중국 등의 신규 물량은 대부분 자체에서 소비되고 있다"며 “내년 본격적으로 경기회복이 이뤄질 북미 유럽 등 선진시장을 질 높은 석유제품으로 공략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고도화설비를 늘리는 노력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회복되면 세계 각국 정유사들이 가동률을 높여 벙커 C유 물량을 대폭 늘리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고도화설비를 통해 벙커C를 고부가가치 석유제품으로 만들 때 남는 크래킹 마진은 커질 것이므로, 고도화설비 확충이 공급과잉을 이겨내는 방안이라는 얘기다.
국내 정유업체들도 경기침체로 준공 시점을 다소 늦추긴 했지만 고도화설비 관련 투자를 꾸준히 하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현재 하루 9만4000배럴 규모의 제1중질유분해시설과 6만1천배럴의 제2중질유분해탈황시설이 가동하고 있다”며 “하루 11만3천배럴 규모의 제3중질유분해탈황시설도 건설 중이어서 향후 하루 총 26만8천배럴의 중질유분해시설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에너지는 최근 인천공장에 짓는 고도화설비인 중질유분해시설(HCC) 완공시점을 2011년에서 2016년으로 5년 연기한 바 있지만, 고도화설비 투자는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2011년 7월 가동을 목표로 하루 6만6천배럴 규모의 중질유 탈황시설(ARDS)과 5만2000배럴 규모의 중질유분해시설(RFCC) 등을 건설하고 있다.
한 정유업계 전문가는 “미국, 유럽은 고도화설비 비율이 50%가 넘지만 현재 노후 시설들이 폐쇄되고 있는 만큼 30% 미만인 국내 정유사들의 고도화설비 비율을 늘려 선진시장으로의 수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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