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미디어 콘텐츠 투자 강화…제작사들은 “글쎄”
SKT 이어 KT도 투자 강화 시사…“규모보다 방법론 중요”
2016-04-26 06:00:00 2016-04-26 06:00:00
[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인터넷TV(IPTV)를 운영하는 이통사들이 앞다퉈 미디어 콘텐츠 투자 강화 계획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작 수혜가 예상되는 콘텐츠 제작업계는 투자 규모보다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제시돼야 한다며 섣부른 전망을 경계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총 제작비 130억원을 첫 방송도 하기 전에 광고와 판권 수익으로 모두 회수했다. 제작사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는 약 500억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채널, 플랫폼, 디바이스, VOD 등의 다양화로 시청률이 분산되면서 이같은 대박을 내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지만, 흥행 콘텐츠가 가져다주는 수익과 시청자 충성도는 그 효과가 막대하다. 차세대 미디어 산업 헤게모니의 핵심이 콘텐츠인 이유다.

 

그러나 태양의 후예의 성공에서도 차이나머니를 빼놓을 수 없듯 자본력은 콘텐츠 생태계의 판을 키우는데 필수요소다. 이에 따라 전통 미디어와 신규 미디어가 줄다리기를 하는 와중에 대기업을 등에 업은 유료방송사들이 공격적 투자로 판도를 흔들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CJ(001040)헬로비전과의 합병법인이 출범할 경우 1년간 32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1800억원을 재투자해 향후 5년간 총 5000억원 규모를 콘텐츠 산업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어디서든 시장에 자금이 풀리길 바라는 독립제작사 등은 내심 환영하고 있지만 아직 그 실효성엔 물음표를 던진다. 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관계자는 투자 확대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그동안 조성됐던 유사 펀드들에 딱히 성공 사례가 없었다당장은 모바일 플랫폼의 트래픽을 늘리기 위한 저가 콘텐츠 정도만 증가할 것으로 보여 정부 보여주기식에 그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KT(030200)는 오는 53일부터 올레tv와 올레tv모바일에서 드림웍스 채널을 독점 공급한다인수합병을 통한 SK(003600)텔레콤의 콘텐츠 생태계 독점 우려를 강하게 제기하면서도 해외 채널을 독점 계약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컬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일 채널 출시 간담회에서 강국현 KT 전무는 미디어 산업의 핵심은 콘텐츠’”임을 재차 강조했다. 각 플랫폼에 콘텐츠 사업자가 참여하는 방법, 콘텐츠 산업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으로써 콘텐츠 생태계를 확장하고, 내년부터 더욱 적극적으로 직접투자 규모를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인수합병에 대한 뚜렷한 입장차와는 별개로, 향후 미디어 산업 참가자들 모두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콘텐츠 투자를 강화할 것으로 예측되는 대목이다. 다만 단순한 돈 풀기를 넘어 유의미한 신규투자가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권호영 콘텐츠진흥원 박사는 독립제작사와 중소PP 등을 지원하기 위해 시장에 자금은 꼭 필요하지만 의례적인 투자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투자·유통 방식, 저작권 주체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더불어, 실패 확률이 높은 콘텐츠업계 특성상 내부적으로 리스크 헷지 시스템도 갖춰야 사업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더욱 근본적으로는 플랫폼사가 제작사의 저작권을 갖지 못하게 하는 등 불공정거래 관행을 깰 수 있도록 정부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국현 KT 전무는 ‘드림웍스 채널’ 론칭 간담회에서 “미디어 산업의 핵심은 ‘콘텐츠’”임을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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