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국제 무대에서 석유 다음으로 교역량이 많은 품목이다. 전 세계에서 하루에만 25억 잔이 소비된다.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전 세계 커피 소비량이 향후 5년간 25%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커피는 대륙을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정작 커피콩을 경작하는 농부들에게는 아무런 부를 안겨주지 못한다. 커피를 재배하는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등지의 사람들은 제대로 된 임금조차 받지 못한 채 경작에만 매진하고 있다. 커피 유통구조가 극심하게 왜곡된 탓이다. 이 같은 부조리를 타개하기 위해 공정무역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생산자가 무역의 주인공이 되는 공정무역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의 이익을 보장하고 존중하는 거래를 활성화자는 취지다. '카페티모르'는 그 중심에 있다. 커피문화의 상징인 '카페'와 생산지 '동티모르'의 합성어다. 카페티모르는 커피콩을 중심으로 공정무역의 가치와 이념을 실천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나아가 직업훈련을 통해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고, 구성원의 공동체와 민주적 운영의 기업문화를 지향한다.
[뉴스토마토 이지은기자] 카페티모르의 출발은 한국YMCA다. 처음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목표로 설립을 추진하지는 않았다. 한국YMCA가 저개발 국가를 지원하는 국제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한 동티모르 지역사회개발 프로젝트가 카페티모르의 시초다.
조여호 카페티모르 대표는 "연맹이 초창기에는 단순히 회원들을 대상으로 모금활동을 펼쳐 기부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동티모르 국민을 지원했지만, 지속적인 모금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동티모르의 지속성장을 위해 동티모르의 거의 유일한 수출 가능 작물인 커피를 수입해 판매하기로 지원방식에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카페티모르는 그렇게 탄생했다.
조여호 카페티모르 대표. 사진/뉴스토마토
이를 기초로 2005년 6월 동티모르 커피를 공정무역거래를 통해 구매, 그해 11월부터 국내로 들여왔다. 한국YMCA는 이 커피를 완제품 상태로 판매하면서 회원과 일반 소비자들에게 공정무역과 윤리적 소비 의식을 전파하는 데 중점을 뒀다.
당시 연맹에서 청소년 교육·자립 등을 담당하던 조 대표는 연맹의 커피 수입·판매 소식을 접하고, 청소년들을 바리스타로 양성해 자립을 도와야겠다고 결심했다. 이후 공정무역으로 들여오는 원두를 이용해 청소년들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했다. 이를 위해 한국YMCA 바리스타 학교를 만들었다. 또 청소년 바리스타를 중심으로 카페 티모르를 운영하며 영역을 넓혔다. 취약계층의 자립·자활을 확대 지원하기 위해 2009년에는 사회적 일자리를 신청했고, 이듬해 12월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획득했다.
2012년에는 한국YMCA로부터 나와 독립법인으로 홀로섰다. 현재 한국YMCA가 대주주이며, 조여호 대표를 비롯해 사단법인 희망도레미가 주주로 있다. 조 대표는 "커피 공정무역에서 청소년 자립 프로젝트로 사업영역이 확대되면서 공정무역과 취약계층의 자립과 자활을 돕는 것이 주된 사업영역으로 자리 잡았다"며 "앞으로 더 큰 그림을 그리며 공정무역으로 생산자와 생산지의 건강한 발전이 이뤄지도록 힘쓸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다.
동티모르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다
카페티모르의 주요사업 중 하나는 공정무역이다. 생산자나 생산지의 건강한 발전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카페티모르는 동티모르 2개 마을 500가구를 대상으로 페어프라이스(fair price)를 제시하며 거래를 시작했다. 당시 1명의 대량 구매자에게 헐값에 커피콩을 팔고 있던 농가들은 정당한 가격에 제품을 팔 수 있게 됐다. 저개발국의 생산물에 '약탈'이 아닌 '정당하고 지속가능한'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이들의 자활을 돕겠다는 취지였다.
나아가 3년 동안 커피 생산시설을 선진화하는 데 집중했다. 품질을 고르게 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았다. 공정무역 프리미엄(시장가격보다 높게 책정된 가격에서 나온 추가소득)을 지급하기 위해 학교 개보수, 보건소 건설 등도 지원했다. 10여년간 공들인 동티모르 현지에도 사회적기업이 만들어졌다. 현지 청년들이 커피콩을 구입하고 가공해 파는 일을 담당하는 등 자립성도 갖췄다. 조 대표는 "동티모르 2개 마을이 어느 정도 자립할 힘을 갖췄다고 보고, 철수 전략을 취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2014년 말부터는 공정무역 산지를 캄보디아로 확대했다. 기존 동티모르 마을을 모델로 5개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부터 테스팅하는 차원에서 연간 2톤씩 캄보디아 커피를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 품목을 넓혀 베트남 카카오 산지로도 눈을 돌렸다. 현재 벤트레지방 5가구와 공정무역을 협의했으며, 이 지역 역시 5개년 계획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조 대표는 "동티모르와의 공정무역 후 마을 사람들이 잘 살게 됐고, 청년들도 커피사업을 하러 마을로 다시 돌아오는 등 그들의 삶이 윤택해지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것이 바로 공정무역의 효과"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동티모르, 캄보디아 청년들을 훈련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등 아시아를 무대로 판매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티모르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모습. 사진/카페티모르
800명의 바리스타 배출…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
2006년 5월 사각지대 청소년들과 취약계층의 자립자활을 지원하기 위해 '제1기 YMCA 바리스타 학교' 교육사업을 시작한 뒤 2011년 5월에는 바리스타 학교를 확대 이전해 '티모르커피학원'을 개설했다. 지금까지 배출된 바리스타만 800여명에 달한다.
조 대표는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바리스타 양성 교육을 받은 청소년 바리스타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2007년 직접 커피전문점을 오픈했다. 2007년 1호점 북아현점에 이어 2, 3호점인 남대문점, 이대점도 차례로 문을 열었다. 조 대표는 "청소년의 확실한 자립을 돕기 위한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책임 차원이었다.
하지만 경력능력 부족 등으로 운영이 쉽지 않았다. 조 대표는 직영점 대신 커피전문점 위탁운영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는 "교육과 취업을 연계하려면 커피를 팔 수 있는 매장이 필요했지만, 직영점 경영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공공시장을 노려 위탁운영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카페티모르는 2009년 양화대교 남단 부근에 자리 잡은 전망대 카페를 서울마케팅주식회사와 공동 운영한 바 있다. 또 한남대교 남단의 전망대 카페도 공동 운영했다. 이후 서울세종문화회관의 지하에 위치한 예뜨레라는 커피전문점 운영 대행을 맡았고, 현재는 어린이대공원 안 카페 2곳과 롯데백화점 포항점 문화센터 앞 매장의 운영을 맡고 있다.
조 대표는 "카페 운영 대행은 위험 부담은 줄이면서 꾸준한 수익이 발생하고, 취약계층의 직업훈련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바리스타의 경쟁력을 키우는 동시에 꾸준한 메뉴 개발 등을 통해 운영 경쟁력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피스커피 어린이대공원점. 사진/카페티모르
지속가능한 성장이 목표…공정무역 지역도 확대
조 대표는 지속가능한 성장과 공정무역 지역의 확대를 목표로 내세웠다.
그는 "카페티모르는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동시에 기업으로서 이윤을 내야 하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숙제"라며 "특히 이윤을 지속적으로 내야 고용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소셜 프랜차이즈가 중장기적 목표라고 덧붙였다.
공정무역 커피의 수요가 늘어나면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이니, 이를 대중화할 수 있는 창구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구상한 것이다. 조 대표는 "많은 준비와 자신감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10년 정도 커피사업에 몰두한 만큼 준비는 충분하다고 본다"며 "철저히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카페티모르의 기본 축인 공정무역에 대해서는 구매지역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는 기호식품인 커피 특성을 반영해 다양한 맛을 판매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이기도 하다.
조 대표는 "아시아 5개 산지, 10개 마을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교류하는 것이 목표"라며 "미얀마, 라오스,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커피가 나오는 아시아 지역을 위주로 공정무역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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