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 황영기 KB금융 회장이 오는 9일 열리는 예금보험공사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할 수 없게 됐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증인채택 최종 결정이 미뤄지면서 국감 일정에 맞춰 출석요구서를 발송할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다음주 열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에 대한 국감에 출석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정무위 여야 간사단은 우리은행 파생상품 투자손실과 관련된 증인채택 문제를 두고 막판 협의를 벌이고 있다. 황 전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데는 이미 여야 간사단이 합의했지만,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홍대희 전 우리은행 부행장 등을 증인에 포함시킬지를 놓고 이견이 빚어지고 있다.
정무위 간사를 맡고 있는 한나라당 이사철 의원과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지난달 29일에 이어 이번달 1일에도 의견을 나눴지만, 결국 합의를 보는 데 실패했다. 여야는 각각 당론을 모아 입장을 재정리한 뒤 조만간 최종 합의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민주당은 최근 회의에서 황 전 회장과 박 전 행장, 홍 전 부행장 등을 모두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박 전 행장을 증인에 포함시키는 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해춘씨가 한나라당을 통해 정치권에 입문할 예정인 만큼, 그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게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꺼림칙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관계자는 "(박 전 행장의 문제는)관점에 따라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어쨌든 황 전 회장의 경우에는 증인채택이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무위 국감의 증인채택 작업이 미뤄지면서 '황영기 사태'와 관련된 기관에 대한 국감에 정작 황 전 회장이 출석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현행 관련 규정에 따르면 국회는 국감이 열리기 7일 전 증인출석요구서를 발송해야 한다. 그러나 정무위가 최종합의를 보지 못하면서 이같은 작업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당장 오는 9일 열릴 예보 국감에는 황 전 회장의 불참이 확정됐다. 예보에 대한 국감에 황 전 회장을 증인으로 부르려면 이미 지난 2일 증인출석요구서가 발송됐어야 한다. 오는 12일 열릴 금융위 국감에서도 황 전 회장은 불참한다. 금융위 국감에 황 전 회장이 출석하려면 역시 지난 5일 증인출석요구서가 발송됐어야 한다.
13일과 14일로 예정된 금감원 국감에서도 황 전 회장의 참석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무위 간사단은 당론을 다시 정비하자는 차원에서 협의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정무위 의사일정이 지연되면서 '졸속 국감'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이사철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볼 때, 금감원 국감에 황 전 회장이 출석할 가능성은 낮다"며 "여야간 합의와 정무위의 의결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하면 오는 23일 열릴 금융위·금감원 종합감사에서나 황 전 회장의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박성원 기자 wan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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