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두산의 4번 타자로 활약 중인 김재환(28)이 차세대 거포로 발돋움하는 분위기다.
김재환은 지난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과 경기에서 3회초 상대 투수 양훈의 139km짜리 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15m짜리 2점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김재환의 역전 홈런으로 두산은 0-1로 끌려가던 경기를 뒤집어 끝내 5-3 승리를 따냈다.
김재환은 이날 26경기 출전 만에 시즌 11호 홈런을 기록하며 루이스 히메네스(LG)와 함께 다시 홈런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2008년 데뷔 이후 지난해 기록한 자신의 시즌 최다 홈런(7개)도 넘어선 지 오래다. 특히 김재환은 5월에 열린 12경기에서 6개의 홈런을 신고하며 타율 0.386을 기록하고 있다. 그사이 장타율은 0.855까지 치솟아 그야말로 거침없이 질주 중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김재환의 성장에 두산 벤치가 흐뭇한 건 당연하다. 두산은 지난달까지 부진했던 외국인 타자 닉 에반스가 이달 들어 3개의 홈런을 쳐내는 등 타율 0.423으로 반등하고 있으며 부상으로 지난 6일 1군에서 제외된 오재일도 이르면 오는 17일 복귀할 예정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들과 김재환을 묶어 "셋이 번갈아 잘 칠 수 있고 그런 점들이 선두권을 유지하는 이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환의 활약은 프로야구 역사상 3번째 '잠실 홈런왕 탄생'이라는 상징성에도 다가간다. 지난해까지 34년의 프로야구 역사상 잠실을 홈으로 쓰는 두산과 LG 출산의 홈런왕은 2번밖에 없었다. 두산의 전신인 OB 출신의 김상호(1995년·25개)와 타이론 우주(1998년·42개)가 전부다. 좌우 100m 중앙 125m까지 이르는 잠실야구장의 크기는 일본과 미국까지 비교해도 어지간한 구장보다 큰 규모라 타자에게 불리한 게 사실이다. 김재환과 히메네스의 홈런이 아직 시즌 초반임에도 주목받는 이유다. 특히 김재환과 히메네스 모두 11개의 홈런 가운데 6개의 홈런을 잠실에서 쳐냈다. "경쟁자가 있어야 홈런 페이스가 올라간다"는 야구계의 말이 있듯이 김재환이 히메네스와 경쟁 구도를 끝까지 펼친다면 3번째 잠실 홈런왕 탄생도 머지않아 보인다.
다만 김재환은 지난 2011년 10월 야구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스테로이드계 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적발돼 1군 1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 때문에 2012년 1월까지 팀 훈련에 참여하지 못하는 등 논란을 일으킨 것도 사실이다. 5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김재환의 예상치 못한 상승세에 일부 팬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모두 김재환이 실력으로 묵묵히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김재환은 "홈런 순위는 아직 전혀 의미가 없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기에 팀 승리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두산 베어스의 김재환. 사진/뉴시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