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대웅제약(069620)이
종근당(185750)에 총 2500억원대 규모의 외산약들을 뺏기면서 매출 순위가 하락했다. 종근당은 외형이 크게 늘어 대웅제약을 제치고 순위가 두단계 상승했다.
17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개별기준 종근당의 매출액은 2019억원으로 전년비 37%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개별기준 대웅제약의 매출액은 1905억원으로 전년비 1% 감소했다. 종근당은 대웅제약을 누르고
유한양행(000100)(2742억원),
녹십자(006280)(2085억원) 이어 지난 1분기 제약사 순위(개별기준) 3위에 올랐다. 대웅제약은
한미약품(128940)(1954억원)에 5위로 내려앉았다.
종근당의 외형성장은 대형 외산약들을 신규 도입했기 때문이다. 종근당은 올초 MSD로부터 당뇨치료제 '자누비아'와 고지혈증치료제 '바이토린', 이탈파마코로부터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티린'을 도입했다. 이들 외산약들은 모두 대웅제약이 팔던 제품이다. 글리아티린은 대웅제약이 15년 동안 국내 판매를 전담했다. 자누비아는 2008년부터, 바이토린은 2011년부터 판매했다. 원개발사가 재계약 시에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해 대웅제약은 계약을 포기한 반면 종근당은 외형성장을 위해 도입을 강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3개 제품의 연 처방액 규모는 총 2500억원대에 달한다. 다만 2500억원이 모두 국내사의 매출로 잡히는 것은 아니다. 원개발사와 영업파트너사가 이익을 나눠 갖기 때문이다. 보통 파트너사는 도입약물을 판매해 20~30% 정도를 수수료로 받는다. 100억원을 팔면 20억~30억원을 수수료로 받는 셈이다.
외산약 판매로 종근당은 '남의 제품'인 상품 매출액이 크게 늘었다. 상품 매출액은 789억원으로 전년비 87% 늘었다. 상품 매입 등에 따라 매출원가도 1200억원으로 전년비 53% 증가했다. 전체 매출액에서 상품 비중은 전년비 10%포인트 정도 늘어나 40%에 육박했다.
대웅제약은 주력품목을 뺏기면서 외형뿐만 아니라 수익성이 악화됐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비 각각 60%대 감소했다. 매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외부로부터 신약 도입을 추진했다. 올초 LG생명과학과 당뇨치료제 '제미글로'의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4월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고지혈증치료제 '크레스토'를 도입했다.
대웅제약은 제미글로의 성장률을 감안해 두 약물 규모는 연 1500억원대(크레스토 800억원, 제미글로 700억원)로 예상하고 있다. 약 1000억원 정도 매출액이 비는 셈이다. 다만 새롭게 도입한 약물들의 수수료율이 기존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불가피하게 외형은 줄지만 오히려 이익률은 개선된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업계에선 종근당과 대웅제약의 외산약 도입 경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외산약은 단기적으로 반짝 매출을 올릴 수 있지만 판권회수를 당하면 영업실적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대외의존도가 심화돼 국내 제약산업 기반도 취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업체들 간에 외산약 도입경쟁으로 수수료율이 점점 인하되는 추세"라며 "팔아도 이익이 남지 않는 상황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약 19조원에 달한다. 이중 외산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 정도로 업계는 추정한다. 상위 매출을 올리는 의약품은 대부분 외산약이다. 1~20위권 의약품 중에서 19개가 외산약이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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