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한국거래소 지주회사 전환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19대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19일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앞서 정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면서다.
공은 곧 개원할 20대 국회로 넘어갔다. 조속한 개편 마무리를 목표하는 거래소는 '연내 매듭'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거래소 고위관계자는 "19대 국회에서는 불발에 그쳤지만 20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한 새누리당 이진복 의원(부산 동래구)도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이 법안을 다시 발의한다는 방침이다. 이진복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여야 이견 없이 만들어진 법안 자체는 큰 틀에서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20대 국회의 조속한 원구성과 원만한 합의로 법안이 통과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20대 국회도 안갯속이다. 부산 본사 이슈, 상장 차익 이슈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거래소의 본사를 부산에 둘 지 여부(자본시장법 개정안 부칙 제2조 4항)를 놓고 야당이 본점 소재지 조항 삭제를 요구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서다. 현재 이 부분과 관련해 이진복 의원은 문구 대체를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상장 차익 이슈와 관련해 거래소 고위관계자는 "독점 이윤 산정 배분과 관련한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상장 공모가 결정도 쉽지 않은 만큼 충분한 시간과 절차를 거쳐 합의를 도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거래소는 지난 일요일(15일)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공익기금에 대한 이행을 결의하는 조건부 결의를 가졌다는 설명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 주말 이사회를 열어 거래소 공익기금, 그리고 예탁결제원과의 지배관계 해소 문제를 놓고 조건부 이행을 결의했다"고 말했다.
20대 국회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순조롭게 의결 절차를 밟게 돼도 내년 6월 이전에 통과되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정상적인 원구성은 9월이 돼야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 일부 부산지역 의원의 전폭적인 양보 없이는 신속하게 진행되기 어렵고 더불어민주당 김기식 의원의 논리 극복 없이는 같은 상황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김기식 의원은 전날 보고서를 발간해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 및 상장은 거래소의 경쟁력 강화가 목적인만큼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지주사 전환이 거래소의 유일한 경쟁력 강화 방안인지, 대체거래소 설립 촉진을 통한 실질적 경쟁체제 도입이 목적에 더 부합한 것은 아닌지, 대체거래소 설립이 당분간 불투명한 조건에서 기존 거래소를 민간 독점기업으로 상장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등에 대해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등의 의견을 담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소의 지주사법 처리 불발을 놓고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완숙되지 못한 미완의 시나리오로 예상된 결과"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거래소 지주회사 전환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19대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19일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앞서 정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면서다. 사진/한국거래소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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