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삼성전자(005930)가 또 한 번 특허 침해 소송에 직면했다. 이번에는 중국의 스마트폰 강자로 부상한 화웨이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화웨이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과 중국 선전 중급인민법원에 특허침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서 화웨이는 삼성전자가 4세대(4G) 이동통신 업계 표준과 관련된 특허 11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계열사들이 화웨이의 기술을 이용하는 제품을 판매해 수십억달러의 이익을 얻었다"며 현금 배상을 요구했다. 미국 내 제품 판매를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은 이번 소송 내용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현재 소장 내용을 검토 중이며 상황 파악 뒤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중국 베이징 화웨이 매장에 전시된 플래그십 모델 'P9'의 모습. 사진/뉴시스·AP
이번 소송은 그간 해외 업체들로부터 특허 소송을 당하던 중국 기업이 글로벌 리더인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첫 번째 소송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달라진 중국 기업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포화 상태에 이른 중국을 벗어나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려는 화웨이의 강한 의지가 담겨있다는 해석도 이어졌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 시장에서 경쟁을 하려면 특허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화웨이가 소송을 통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돈이 아닌 삼성전자와의 기술 특허 교차 라이선스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 수년간 화웨이는 퀄컴, 에릭슨, 애플 등과 연이어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왔는데, 삼성전자와도 전략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중국 국가지식산권국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특허 교차 라이선스를 맺은 애플에 769건의 특허 사용을 허가해줬다. 애플이 화웨이에 허가해 준 특허 건수도 98건에 달했다.
화웨이는 이날 배포된 딩젠싱 지적재산권부 부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스마트폰 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는 기업 간의 합법적 기술 공유가 필요하며, 화웨이는 이를 적극적으로 선도할 것"이란 뜻을 재차 강조했다. 자사가 보유한 수많은 이동통신 네트워크에 관한 표준 특허들을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 조건으로 라이선스할 용의가 있지만, 허가 없는 기술 사용에 대해선 반드시 합리적 보상을 받아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딩 부장은 "삼성전자가 화웨이의 연구개발(R&D) 투자와 특허를 존중하고 더 이상의 특허 침해를 멈추길 바란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삼성전자에 대한 화웨이의 소송은 자사의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집계 기준 5만377건의 누적 특허가 없었다면 이러한 도발을 감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샤오미 등 다른 중국 기업이 특허 장벽에 막혀 미국 시장은 물론 인도 진출에도 애를 먹고 있는 것과 차이가 있다. 지난해 화웨이는 연간 매출의 15%에 상응하는 596억위안(약 11조원)을 제품 및 무선통신기준 등의 R&D에 투자했다. 지난해 전세계 특허 신청 건수는 3898건으로 퀄컴(2442건), ZTE(2155건), 삼성전자(1683건) 등을 월등히 앞섰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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