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경찰이 '강남역 노래방 살인 사건' 피의자를 정신질환(조현병)에 의한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서초경찰서는 26일 이번 사건의 범인 김모(34)씨에 대한 수사를 종결하고 신병과 함께 수사기록 일체를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했다.
경찰은 수사결과 김씨가 특별한 범행동기 없이 일면식 없는 피해자를 살해한 정황을 볼 때 오랫동안 알아온 조현병에 의한 범죄로 판단된다고 이날 밝혔다. 일명 정신분열증인 조현병은 망상, 환청, 와해된 언어, 정서적 둔감 등의 증상과 더불어 사회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는 정신과 질환이다.
김씨는 중학교시절부터 조현병 증세를 보여 약물 치료를 받아왔고 최근까지 입원생활을 했으나 올해 1월 퇴원해 3월 가출한 뒤 약물 복용을 중단해 증세가 악화됐고 범행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2008년 이후 7년 6개월간 6회에 걸쳐 19개월 이상 정신질환으로 입원한 기록이 있다. 검찰은 이번 범행의 동기를 캐기 위해 프로파일러를 투입했으나 2회에 걸친 조사에서도 피해망상으로 인한 범행으로 분석됐다.
김씨는 범행 직전 보름간 강남역 부근 주점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실제로 피의자에게 위생상태가 불결하다고 지적한 여성 손님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초동 주점에서 역삼동 주점으로 옮기게 된 이유가 여성이 자신을 음해했기 때문이라는 망상을 하게 되었고 이것이 이 사건 범행을 촉발한 요인으로 분석됐다.
'여성혐오'로 인한 범죄 여부와 관련해서는 조현병에 의한 피해망상으로 왜곡된 기억이 원인이 된 것으로 직접적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범행 직전 보름간 강남역 부근 주점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실제로 피의자에게 위생상태가 불결하다고 지적한 여성 손님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초동 주점에서 역삼동 주점으로 옮기게 된 이유가 여성이 자신을 음해했기 때문이라는 망상을 하게 되었고 이것이 이 사건 범행을 촉발한 요인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한증섭 서초경찰서 형사과장은 이와 관련해 "사건 초기 사실관계와는 달리 여성혐오 범죄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수사 진행 중 사실관계나 범행 동기가 추가 확인될 수 있어 수사를 끝낸 뒤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씨의 조현병 증상이 검찰 조사 후 재판과정에서 살인죄 성립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형사사건 전문가들에 따르면, 김씨가 조현병 증상을 오래 앓아왔더라도 범행 당시에는 심신상실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씨는 체포된 뒤 경찰 조사에서 범행사실 일체를 확인했고, 현장 검증에서도 범행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재연했다.
경찰은 피해여성 유족에 대해 심리상담 전문가를 통해 심리적 상담 지원하고 있으며, 범죄피해자보호센터를 통해 장례비를 지원했다. 또 유족 구조금 등 충분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사건 동기와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이런 류의 범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실질적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타부처와도 적극 협력하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지난 17일 오전 1시7분쯤 서울 서초구의 한 노래방 건물 화장실에서 A(23·여)씨를 수차례 칼로 찔러 살해했으며, 경찰은 당일 오전 10시쯤 역삼동에 있는 한 주점 앞에서 김씨를 체포해 구속상태에서 열흘간 수사해왔다.
강남역 인근 공용화장실 '묻지마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34)씨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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