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민희 "연기, 즐기니까 늘더라"
2016-05-31 10:57:16 2016-05-31 11:14:58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김민희는 최근 5년 사이 가장 급격하게 연기력이 좋아진 배우다. SBS '순수의 시대'(2002)에서 연기력 논란을 겪기도 했던 그이지만, 이제는 충무로에서 가장 신뢰받는 여배우로 꼽힌다. 영화 '화차'(2012)를 기점으로 그의 연기력은 인정받기 시작했고, 이제는 어떤 작품에서든 자신의 존재감을 빛내는 배우로 성장했다. 흥행에 참패한 '우는 남자'에서도 김민희만큼은 칭찬을 받았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에서도 김민희의 면모는 훌륭하다. 여배우에게 난제일 수밖에 없는 베드신을 무리 없이 표현해낸 것은 물론 12역과 다름없는 히데코의 성격의 변화를 정확히 짚어낸 점, 낭독 신에서의 개인 퍼포먼스까지 김민희는 한층 더 깊은 얼굴로 스크린을 채운다.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김민희를 지난 26일 서울 삼청동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몽롱한 표정과 함께 언제나 차분함을 유지하는 그의 얼굴에는 히데코의 모습이 꽤나 담겨 있었다. 연기력이 평단의 호평을 받는 것에 대해 "즐기면서 하니까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 김민희. 사진/CJ엔터테인먼트

 

 

"일본어 연기 빛난 낭독신, 나도 만족한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본어 연기다. 대사의 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일본어 대사를 흠 잡을 데 없이 표현한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템포를 조절하는 와중에도 그의 발음은 흐트러짐이 없다. 김민희는 "아마 일본인이 들어도 괜찮을 거 같다고 생각한다. 무척 칭찬을 많이 받았다. 수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공부했고, 일본어 선생님이 옆에서 계속 발음을 잡아줬다. 개인적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의 일본어 연기가 가장 빛나는 지점은 후반부 낭독신이다. 1930년대 귀족들 앞에서 낭독회라는 명목 아래 야한 소설을 읽는 시퀀스에서의 김민희의 모습은 눈부시다. 적막한 고요 속에서 남자와 여자를 오고가며 문장 하나하나를 감정을 다해 표현하는 장면은 가장 기억에 남을 뿐만 아니라 베드신보다도 야하다. 김민희는 "히데코가 소설 속에서 1인 다역을 하는데, 개인적으로 정말 재밌었다. 목도 조르고 여성의 목소리를 냈다가, 남자 목소리도 냈다가 하는데, 어렵기도 했지만 즐거웠다. 최대한 감정에 맡겨서 관능적으로 보이려고 했다"며 웃어보였다.

 

배우 김민희. 사진/CJ엔터테인먼트

 

 

"이제는 연기가 놀이 같다"

 

'아가씨'를 보고 나면 더 이상 김민희의 연기력에 대한 우려가 생기지 않는다. 이제 김민희는 명실상부 연기를 잘하는 배우로 여겨진다. 연기력 논란도 있었던 그가 이토록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연기를 즐기고자 하는 태도의 변화와 자신감, 일련의 부침이 있었다.

 

그는 "일 자체를 즐겁게 받아들이게 됐다.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놀이라고 생각하니까 즐겁더라. 때로는 몸도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지치기도 하는데, 그마저도 즐기게 된다""그리고 언제부턴가 내가 느끼는 감정에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 감정에 충실하면 그에 맞는 캐릭터가 만들어지더라. 나에게 자신감이 붙으면서 평가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기의 깊이는 개인적인 일들을 겪으면서 생겼다.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으면서, 캐릭터의 감정을 이해하게 됐다. 이런 점들이 복합적으로 합쳐지면서 연기가 놀이가 됐다"고 덧붙였다.

 

연기를 즐기는 그는 최근 프랑스에서 촬영한 홍상수 감독의 신작 촬영을 마치고 휴식에 돌입할 예정이다. 또 한 번 즐기고 싶은 시나리오를 만나게 된다면 어떤 역할이든 도전할 생각이라고 한다. 성장세가 뚜렷한 그가 다음 작품에서도 또 한 번 대중을 놀라게 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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