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의 귀환…잊혀진 팬택 다시 일어선다
이달말 보급형 스마트폰 출시…'베가' 버리고 영광의 '스카이' 채용
2016-06-01 18:11:20 2016-06-01 18:11:20
[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무너졌던 벤처의 신화 팬택이 '스카이'를 들고 돌아온다. 1991년 설립된 팬택은 이듬해 4월 무선호출기 사업으로 이름을 알렸다. 1997년 5월 휴대폰 생산을 시작했으며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이때부터 팬택 휴대폰의 역사가 시작된다. 2001년 현대큐리텔, 2005년 SK텔레텍을 차례로 인수하며 시장의 강자로 자리했다.  
 
 
피처폰 시절 팬택은 ‘스카이’ 브랜드로 승승장구했다. 당시 스카이 휴대폰은 세련되고 톡톡튀는 디자인으로 삼성전자(005930)의 애니콜, LG전자(066570)의 초콜릿·프라다폰 등 쟁쟁한 경쟁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180도 회전과 함께 세계 최초 은나노 코팅 기술이 적용된  슬라이드폰(IM-7400)에 이어 얇은 휴대폰 경쟁이 치열했던 2007년에는 두께를 9.9mm로 줄인 ‘스키니TV’ 폰을 선보였다. 2008년 출시된 ‘네온사인’은 49개의 LED 도트를 활용해 나만의 아이콘을 만들 수 있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발신자를 지정한 아이콘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갖추며 경쟁작들과의 차별화에 힘을 쏟았다. 
 
2009년 한국에 아이폰이 상륙하면서 시장이 급변했다. 소비자들 눈길도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동했다. 팬택도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팬택이 가장 먼저 선보인 스마트폰은 2010년 5월 출시된 ‘시리우스’다. 국내에서 출시된 첫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으로, 같은 해 6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S’보다 한 달 앞섰다. 이듬해 팬택은 빠른 속도를 강점으로 내세운 ‘베가 레이서’를 출시했다. 세계 최초로 퀄컴의 1.5GHz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이외에도 사생활을 보호하는 ‘시크릿뷰 LCD’, 800만 화소 카메라와 1080p 풀HD 동영상 촬영 등의 기능을 갖췄다. 베가 레이서는 180만대가 판매되며 팬택의 스마트폰 중 판매량 1위에 올랐다. 
 
2013년에는 ‘베가 아이언’과 ‘베가 LTE-A’를 잇달아 선보였다. 2013년 4월 출시된 베가 아이언은 하나로 이어진 금속 테두리(엔드리스 메탈)를 적용, 디자인의 차별화를 가져왔다. 또 4개의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가 동시에 작동하는 1.7GHz 쿼드코어 칩(퀄컴 스냅드래곤 600)을 탑재해 눈길을 끌었다. 같은 해 8월 시장에 나온 베가 LTE-A는 지문인식과 후면터치가 동시에 가능한 ‘시크릿 키’를 비밀병기로 내세웠다. 지문인식으로 보안을 강화하고, 한 손으로 사용할 때 편의성을 더하기 위해 후면터치 기능을 갖췄다.
 
이후 팬택은 ‘베가 아이언2’를 출시했지만 2014년 이동통신3사가 불법 보조금 혐의로 각각 45일간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내수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이통사 영업정지로 현금 유입이 끊겼고 두 번째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생사 기로에 놓였다. 어렵사리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이 지난해 말 팬택을 인수하며 명맥을 이었다. 그간 팬택을 이끌었던 오뚝이 박병엽 부회장도 팬택을 떠나야 했다.   
 
절치부심한 팬택은 이달 말 30~40만원대의 보급형 스마트폰 신제품 ‘스카이’를 SK텔레콤(017670)KT(030200)를 통해 출시한다. 이제껏 스마트폰 브랜드로 썼던 베가를 뒤로 하고, 피처폰 대표 브랜드 스카이를 다시 가져왔다. 피처폰 시절 팬택의 영광을 함께 했던 스카이로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에서 재도약을 하겠다는 의지다.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A·J 시리즈, LG전자의 X·K 시리즈 등이 이미 보급형을 찾는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지는 사후관리 서비스(AS)망도 소비자들의 우려를 살 수 있다. 
 
팬택 관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 경쟁이 심화됐지만 그만큼 중저가 시장도 커졌다”며 “경쟁사와 차별화된 기능을 갖추고 AS망을 확대해 고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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