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한화그룹이 1년 만에 100개 이상의 계열사를 새로 편입하고, 시가총액이 3조원 이상 급증했다. 모두들 몸집을 줄이는 과정에서 한화는 역선택을 했다. 단, 기존 문어발식 확장과는 다르다. 삼성과의 빅딜 등 과감한 인수합병을 병행한 선택과 집중으로 사업구조를 재편, 또 다른 도약을 준비했다. 장기적 안목에서 후계구도도 그려졌다. 재계에 뿌리내린 '승자의 저주'는 한화에게 '환호'가 됐다.
1일 대규모기업집단 현황 공시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계열사를 총 104개 편입하고 18곳을 제외했다. 지난해 국내 52개, 해외 134개 등 총 186개였던 계열사는 올해 3월 국내 56개, 해외 227개 등 총 283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그룹 전체의 시가총액도 25.9% 불었다. 지난해 3월 12조8600억원이었던 시총은 올해 3월 기준 16조2000억원으로, 재계 7~8위 수준으로 성장했다. 2002년 대한생명을 품으며 한화를 재계 10위권으로 끌어올렸던 김승연 회장의 결단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특히 1년 사이에 증가한 계열사 가운데 태양광 관련 기업이 무려 70여곳으로, 한화큐셀의 태양광 발전소 사업이 계열사 증가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과 미국을 비롯해 터키, 멕시코 등 세계 각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짓기 위해 세운 현지 법인들이다. 생산한 태양전지를 직접 소비하는 것은 물론 전력 판매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향후 발전소 매각을 통한 이익 창출까지 노린 전략이다. 지난해 초 한화솔라원과 합병한 한화큐셀이 2015년 4분기부터 올해 말까지 공급키로 한 모듈 계약 물량은 1.5GW에 이른다. 지난해 한화큐셀의 영업이익은 7660만달러로 흑자 전환했다.
한화테크윈(012450), 한화탈레스도 지난해 8월1일 정식으로 그룹에 편입되면서 ㈜한화와 함께 방위산업을 맡았다. 이번에 대폭 늘어난 계열사 가운데는 이 두 회사의 자회사들도 포함됐다. 또 지난달 31일 두산DST 인수를 마무리 지으며 기존 탄약·정밀유도 무기 중심에서 자주포 및 항공기·함정용 엔진과 레이더 등 방산 전자 부문까지 사업 영토를 넓혔다. 특정 사업 영역에서의 특화를 통해 내수 시장에서 경쟁하던 체제를 벗어나 연구개발-생산-후속 군수지원 등 무기 체계를 완성하겠다는 전략이다. ㈜한화 방산부문, 한화테크윈, 한화탈레스 등 3사 매출에 두산 DST의 지난해 매출(6900억원)을 더하면 총 3조6900억원으로 글로벌 방산업계 20위 수준으로 도약하게 된다. 올해는 해외 수출을 통해 매출 목표를 4조200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화학사업의 대표주자인
한화케미칼(009830)은 저유가 수혜와 한화큐셀 실적 호조 등으로 올 1분기에 2011년 이후 최대치인 142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삼성으로부터 인수한 한화토탈은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4배에 가까운 3694억원이라는 수익을 올리며 단숨에 그룹의 효자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고순도테레프탈산(PTA) 공급과잉으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한화종합화학은 100주간 집중적으로 원가절감하는 프로그램을 도입 중이다.
3세들의 후계구도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33)는 그룹의 태양광 사업을 총괄하고 있으며 추후 화학 및 방산계열도 그의 손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다보스포럼 등 국제무대로도 발을 넓히고 있다.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31)는 한화생명을 비롯해 한화손해보험, 한화S&C 등 금융계열사의 핀테크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삼남인 김동선 한화건설 신성장전략팀장(27)은 한화갤러리아 면세점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는 등 유통 및 건설(리조트 포함)을 담당하며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이 신년사에서 말했듯 주력사업에서 리더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에너지를 결집하고 있다"며 "부진한 사업은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등 올해를 새로운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해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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