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희석기자] 세계 증시의 침체가 길어졌다. 박스권에 갇혀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기업 활동이 위축된 가운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미국 대통령 선거 등 정치적 이슈가 증시를 지배한다.
투자자들도 손을 놓았다. 증권사 KCG홀딩스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증시의 하루 평균 거래액은 2535억달러(약 297조6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달의 2557억달러보다 20억달러 넘게 줄었다. 다우지수와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 지수 등 주요 지수는 올해 들어 52주 신고가 기록을 세운 적이 없다.
유럽 증시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영국 런던의 FTSE 100 지수는 지난해 7월 6873을 기록했다. 1년여가 지난 지금은 6000선 초반이다. 독일 DAX 지수는 지난해 여름 1만2000선을 돌파했으나 이후 9500~1만500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프랑스 CAC 지수도 5200선을 넘은 이후 4000~5000 범위에 갇혀있다.
증시는 언제까지 이런 모습일까.
'파산; 그리스, 유로 그리고 재정위기'의 저자이자 유력 경제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매튜 린은 지난 16일 마켓워치에 올린 글에서 곧 증시를 흔들 변수가 생긴다고 전망했다. 강세장이나 약세장, 모두 가능성이 있다며 주요 이슈들을 소개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트위터는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 매물로 꼽힌다. 사진/뉴시스·AP
기업 실적, IPO에 주목
린은 강세장을 이끌 변수로 기업 실적 개선과 대형 기업공개(IPO)를 꼽았다.
우선 기업 실적은 증시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변수다. 최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주요 기업들은 2008년 이후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올해 주당순이익(EPS) 3월 예상치는 2.9%로 전달 예상치 6.9%보다 크게 하락했다. 물가가 떨어지고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기업 실적도 악화됐다. 실적 개선 없이는 증시도 상승 탄력을 받기 힘들다.
반대로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는 징조가 보이면 주가 상승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린은 “기업들의 실적과 배당금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몇몇 기업이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한다면 강세장이 시작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주가를 끌어올릴 또 하나의 강력한 변수는 IPO와 인수·합병(M&A) 붐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 안드레센호로위츠의 공동창업자 마크 안드레센은 향후 수년간 기술·정보(IT) 업계에 M&A와 IPO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는 지난 4월 시큐어웍스가 1억1200만달러 규모의 IPO에 성공했으며 지난 14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링크드인을 262억달러에 사들였다.
주요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들도 대형 IPO를 예고하고 있다. 우버, 에어비앤비, 스포티파이 등이 증시를 움직일 IPO 주인공으로 꼽힌다. 트위터도 M&A 시장의 대어다.
린은 “강세장을 위해서는 투자자들을 흥분시킬 강력한 이야기가 필요하다”며 “유니콘 기업들의 성공적인 IPO는 모두의 관심을 모을 것”이라고 전했다.
증시를 강세로 이끌 마지막 변수는 물가 상승이다. 물가가 오르면 실질적인 경제 성장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지만 증시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보통 사람들은 물건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좋아하지만 물가 하락은 기업 실적이나 증시에 큰 타격이 된다.
브렉시트·미국 대선 등 악재도 많아
증시가 항상 위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요즘 증시가 바닥을 쳤다고 단정하기도 힘들다. 주가를 끌어내릴 변수는 곳곳에 널렸다.
최근 가장 큰 문제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영국과 유럽은 물론 세계 경제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경기 침체와 주가 하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브렉시트시 유럽 주가가 10~20%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브렉시트와 맞물려 유럽 금융부문의 부진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유럽 은행들의 주가는 최근 곤두박질쳤다. 독일 도이치뱅크 주가가 최근 1년간 반 토막 났으며 이탈리아의 유니크레디트는 지난 6월 주당 6유로선에서 이달 현재 2.5유로 밑으로 떨어졌다. 린은 “금융 업종의 부진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같은 대형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대선과 기준금리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변수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이메일 스캔들'로 기소될 수 있다. 이로 인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유럽 경기를 떠받쳐온 유럽중앙은행(ECB)의 강력한 양적완화 정책에 독일이 반발하는 것도 우려할 만하다. 독일은 양적완화가 유럽 경제를 살리기 위한 구조적 원인 해결에는 부족하다면서 금융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유희석 기자 heesu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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