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정의당 의원들이 이른바 ‘광폭경청’의 일환으로 그간 비정규직 불법파견 문제 등을 놓고 긴장관계를 형성해왔던 현대자동차 사장 등 사측 관계자들을 만났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도 뼈 있는 말이 나왔다.
정진행 사장과 박홍재·양진모 부사장, 정상빈·이청휴 이사 등 현대차 임원들은 21일 국회에서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 이정미·윤소하·김종대 의원을 만나 자동차 산업 앞에 놓은 과제와 향후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강연을 했다.
정 사장은 비공개 강연 후 기자들을 만나 “자동차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설명하고 눈앞의 제약들을 어떻게 헤쳐갈지에 대해 많은 제언을 부탁드린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소개했다.
강연 시작 전 모두발언을 통해 양측 관계자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려 애썼다. 노 원내대표가 “제 차가 현대자동차에서 만든 소나타다. 한 10년 됐는데 35만km를 달렸다”라고 하고, 심 대표가 “정 사장을 저희가 모신다고 하니 굉장히 안 친한 분을 초청하는 것처럼 보도됐던데, 제가 정치인 중에는 현대자동차를 가장 많이 드나든 사람”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정 사장은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그러나 정의당과 현대차 사이의 긴장을 보여주는 말들도 역시 나왔다. 심 대표는 “노동자 경영 참여와 산별교섭 수용 등을 현대차가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다만 정식 간담회에서는 민감한 노동현안에 대한 대화는 오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은 “다양하게 고민할 수 있는 자리를 기대했었지만 현대차의 강연내용은 현 산업상황과 자동차 산업의 미래, 글로벌 위기 돌파 방안 등의 내용이 나왔다”며 “시간 제약으로 현안에 대해서는 다음에 기회를 갖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도 “강연시간을 채우다보니 토론은 못했으며 의원들이 궁금한 게 있으면 개별적으로 전화하시겠다고 했다”며 만남 자체에 의의를 두는 모습이었다.
정의당은 지난달 31일을 시작으로 보수와 진보, 기업을 넘나드는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의견을 들어 20대 국회 활동 전략 수립에 참고하기 위한 광폭경청 워크숍을 진행해왔다. 한 대변인은 “우리와 다른 입장이거나, 같은 입장이라도 조금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흔쾌하게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것이 큰 의미였다”고 평가했다. 정 사장을 비롯해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등의 섭외는 노 원내대표가 직접 진행했다.
정의당은 앞으로도 의정 활동에 도움이 된다면 필요에 따라 광폭경청 세미나를 이어갈 방침이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운데)와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오른쪽)이 21일 국회에서 '한국 제조업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열린 정의당 광폭경청 세미나 시작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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