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작지만 알짜배기 투자 위주의 이재용식 ‘실속형 M&A’가 실리콘밸리를 집중 겨냥하고 있다. 한동안 선택과 집중의 사업 재편에 매달려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IT벤처를 인수해 사물인터넷(IoT) 연결고리를 형성하는 신사업 전략에 다시 팔을 걷어붙였다.
삼성전자가 M&A의 재시동을 걸었다. 지난 22일까지 이틀간 열린 삼성전자의 글로벌 전략회의에서는 해외 법인장들까지 참석해 IoT 등 신사업 관련 M&A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예스코일렉트로닉스 인수 이후 14개월 동안 잠잠했던 침묵을 깨고 이달 들어 벌써 2건의 인수를 성사시켰다.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회사 조이언트와 캐나다의 디지털광고 스타트업 애드기어가 그 대상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IoT 정책 포럼’에서 향후 4년간 미국 IoT 분야에 약 12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추가 M&A 방침도 밝혔다.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해외 법인들이 관련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 아래 삼성전자는 기술벤처 등 소규모 인수 투자에 집중해왔다. 특히 대부분 미국 기업을 타깃으로 삼은 특징이 두드러진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부재한 2014년 5월부터 최근까지 삼성전자의 주요 기업 인수 사례 10건 중 7건이 미국 기업에 투자한 것이다. 나머지 3건도 캐나다 또는 브라질 기업에 대한 것으로 10건 모두 미주지역에서 이뤄졌다.
이들은 핀테크, 클라우드,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스마트홈 등의 관련 기업들로 IoT 플랫폼을 구성하는 사업 연관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기술력을 흡수해 IoT 신시장의 사업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해 나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전략은 ‘실용주의’, ‘오픈이노베이션’ 등 이 부회장의 경영스타일과 맞닿아 있다.
이 부회장은 평소 미국을 자주 왕래하며 파트너사를 면담하고 M&A에도 관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반도체 경영진을 대동하고 미국 출장길에 오르는 등 현지 시장에 각별한 공을 들여왔다. 이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루프페이 인수는 삼성페이의 빠른 시장 확대로 이어져 성공적인 투자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IoT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M&A 외 다른 움직임도 활발하다. 삼성전자는 인텔과 공동으로 업계, 학계 등 관련 단체들이 참여하는 ‘국가 IoT 전략 협의체’를 구성해 미국의 IoT 정책 입안에 직접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미국은 다수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 IoT 시장이 급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IoT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의 분야에 2320억달러 이상의 투자가 집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같은 기조에 따라 미국의 IoT 시장규모(매출)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16.1%의 성장률을 보이며 2019년에 357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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