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추에서 후관절(Facet Joint)은 목을 앞뒤로 움직이거나 좌우로 돌릴 때 등 거의 모든 동작에 관여하는 중요한 관절이다. 척추의 앞 쪽에는 디스크(추간판)가, 뒤에는 후관절이 있는데 디스크에 비해 크기는 작고 일반인들에게 중요성이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특정 경목을 뒤로 제치거나 돌리는 동작 등에서는 디스크보다 후관절에 전달되는 하중이 훨씬 크고 척추가 정상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구조물이다. 또한 후관절 주위에는 신경이 많이 분포하고 있는데, 이는 달리 말하면 통증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구조물이라는 뜻이다. 반면 디스크는 윤상인대 부위에만 신경이 조금 분포할 뿐 부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핵에는 신경이 거의 없다. 또한 디스크가 노화에 의해 퇴행성 변화가 일어날수록 디스크가 견디는 하중은 줄어들고 후관절이 담당하는 하중은 증가되게 된다. 따라서 나이가 들수록 상대적으로 후관절의 중요성이 커지며, 이로 인한 통증 발생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하겠다.
경추 후관절 증후군(Cervical Facet Syndrome)의 전형적인 증상은 두통, 통증으로 인한 목 운동범위의 제한이며, 어깨나 등 때로는 견갑골 주위까지 통증이 방사된다. 만성 경추통 환자의 절반 이상이 후관절 증후군이라고 하며, 우리가 교통사고 등에서 흔히 경험하는 편타성 손상(Whiplash Injury) 이후 발생한 만성 경추성 통증의 가장 흔한 원인이라고 한다. 이처럼 경추 후관절 증후군은 매우 중요한 질환이지만 아직까지는 목 디스크, 척추협착에 비해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이 질환의 진단과 치료가 매우 까다롭기 때문일 것이다.
목 디스크는 MRI 촬영만으로 확진 할 수 있고, 경추통과 동반된 상지 방사통 같은 전형적인 증상이 있어 전문가가 아니라도 진단하기가 어렵지 않다. 반면 후관절 증후군을 확진할 수 있는 영상진단법은 아직 없다. X-ray, MRI 등은 단지 참고사항일 뿐이다. 추간판 간격이 좁아져 있고, 후관절 비후가 관찰되면 후관절에 부하가 많이 걸린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이것이 반드시 후관절로 인한 통증으로 연관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경추 후관절 증후군으로 확진된 환자들의 상당수에서 동일 분절에 추간판 질환을 동반하고 있어 오진의 가능성도 높다. 진단의 첫 걸음은 다친 적은 없는지, 어떻게 다쳤는지, 어떤 동작에서 통증이 악화되는 지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압통 부위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 다음 X-ray, CT, MRI를 확인한다. 이런 과정으로도 확진이 안된다면 의심부위 후관절에 소량의 국소마취제를 주입하여 통증의 소실 여부를 확인하는 ‘진단적 관절강 주사'를 시행한다.
경추 후관절 증후군은 소염진통제 복용, 물리치료, 도수치료, 견인치료 등 일반적인 보존적 치료법으로는 호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상당수 환자가 통증으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기능적 장애를 갖게 된다.
이처럼 치료가 어려운 질환이지만 후관절 내 주사치료(Facet Joint Block) 및 후신경 내측지 주사치료(Posterior Medial Branch Block) 등으로 증상의 개선이 가능하다. 주사요법으로 증상이 호전되기는 하나 얼마 가지 않아 재발하는 환자의 경우는 고주파 치료기로 신경을 치료하게 되면 좀 더 오랫동안 치료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 만일 이상의 치료법이 모두 실패하는 경우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후관절 증후군이 한 분절 혹은 두 분절에 국한되고 동작에 따른 분명한 증상 악화가 동반된 경우 문제가 있는 분절을 유합하는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다양한 치료법을 시도해도 호전되지 않는 후두부 두통이 지속되는 경우, 목 디스크로 진단받고 치료를 하였으나 전혀 호전되지 않는 경우, 교통사고 이후 극심한 두통이나 경추통이 지속되는 경우 등에서는 반드시 경추 후관절 증후군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 최석민 인천 한림병원 척추센터 과장
- 중앙대학교 부속병원 전임의
- 중앙대학교 대학원 의학박사(신경손상)
- 광명성애병원 과장
- 명지성모병원 진료부장
- 명지성모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
- 자인메디병원 척추·뇌검진센터장
- 신경외과 학회 서울-경인지회 운영위원
-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자문위원
- 대한 뇌졸중 학회 정회원
- 대한 치매학회 정회원
- 대한 뇌혈관외과 학회 정회원
- 세계 뇌졸중 학회(WSO) 정회원
- 미국 뇌졸중 학회 (ASA)정회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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