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기자]
현대해상(001450),
메리츠화재(000060),
롯데손해보험(000400) 등 일부 손해보험사들이 고객이 카드 결제시 카드사에게 납부해야 하는 수수료를 설계사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보험사는 설계사에게 카드결제 수수료를 납부토록 해 회사 부담을 줄이고 고객에게는 현금결제를 유도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롯데손보는 고객의 보험료 납입 방법에 따라 설계사가 받은 수수료를 차등하고 있다. 이들은 고객이 보험료를 카드결제 하면 설계사가 받는 계약수수료에서 1~1.5%를 차감해 지급한다. 현재 보험사들이 카드사에 부담하는 수수료는 2% 초반대다.
예컨대 고객의 100만원의 보험료를 현금으로 낼 경우 설계사는 그의 10%인 10만원을 계약 수수료로 받지만, 카드로 결제할 경우 9만원을 받는 것이다. 카드와 현금결제가 차이가 나는 이유는 카드결제 수수료를 설계사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손해보험사들의 경우 보장성 보험, 특히 자동차보험의 카드결제가 많고, 한 해에 카드 수수료 부담만 수천억원에 달한다”며 “우리 뿐 아니라 모든 회사가 그렇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확인결과 이들 회사를 제외하고 현재 카드와 현금결제에 따라 설계사 계약 수수료를 차등 지급하는 회사는 없었다. 과거에는 모든 보험사가 설계사에게 카드 수수료를 부담하게 했지만, 지금은 보험사가 모두 부담하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카드결제 수수료 부담으로 설계사와 일부 나눠낸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에는 회사가 전부 부담하는 추세"라며 "설계사들에게 카드 결제 수수료를 부담하라는 것은 다이렉트 채널과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자 설계사들은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고객들에게 현금결제를 유도하고 있다. 자신들이 받는 수수료를 보존하기 위해서다. 일부 설계사들은 '사은품'을 미끼로 현금결제를 유도하기도 한다. 결국, 보험사들은 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설계사와 고객을 이용하는 꼴이다.
보험 설계사 A 씨는 "껌 한 통도 카드로 결제하는 시대에 설계사들에게 카드결제를 사실상 제한하는 것"이라며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대리점에서 고객이 카드결제를 한다고 해서 직원들이 받는 수수료가 차이나지는 않는다. 결국 우리를 이용해 현금결제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왼쪽부터)메리츠화재, 현대해상, 롯데손보 본사 사옥 사진/각사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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