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상반기 해외수주 실적이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평균 50달러 선을 오르내리면서 주요 산유국과 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대규모 인프라, 석유화학플랜트 발주를 줄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브렉시트로 인한 글로벌 경제 침체 전망까지 나오면서 건설사들은 올 하반기에도 해외수주에 큰 기대를 걸기 어려워졌다.
13일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종합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건설업계는 총 152억1000만달러 규모의 해외수주 물량을 확보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54억7000만달러)에 비해 40% 감소했으며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국제유가가 하향세를 지속하면서 오일머니로 재정을 충당해 온 중동지역 국가들이 허리띠를 졸라맨 탓이다. 업계에서는 국제유가가 배럴 당 최소 70달러 선은 회복해야 발주가 살아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최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선까지 하락하며 하반기 전망을 더 어둡게 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지난해 상반기 130억달러를 기록했던 아시아 시장이 올해에는 69억달러로 기록하며 47%나 감소했다. 국제유가 하락에 더해 중국의 경기 침체와 지난해 말 미국발 금리 상승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에 투자됐던 달러가 미국으로 빠져나가면서 도로, 철도 등 인프라와 플랜트 발주가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중동 지역은 33% 감소한 47억달러를 기록했다. 중동 지역의 경우 상황이 좋았던 2014년 상반기와 비교할 경우 81%나 감소했다.
중남미 시장은 14억달러로 67%나 급감했다. 시장 규모는 아시아나 중동에 비해 적지만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감소폭은 가장 컸다.
특히 중남미 최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경우 국제유가 하락으로 경제난을 겪고 있다. 수출의 95%를 석유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유가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신규 발주는커녕 기존 발주 프로젝트에 대한 대금 지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노후 인프라 교체 수요가 있는 태평양·북미 지역과 활발한 경제개발로 인프라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아프리카 지역은 각각 34%, 113% 수주가 증가했다. 그렇지만 전체 수주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전반적인 수주 하락세를 막지는 못했다.
공종별로는 플랜트 부문의 감소가 가장 두드러졌다. 150억달러를 기록했던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51% 감소한 74억달러에 그쳤다. 2014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77% 급감한 것으로 국제 유가 하락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상업시설, 빌딩, 주택 등 건축 부문은 59% 감소한 20억달러를 기록했고, 토목 분야는 34% 증가한 46억달러로 집계됐다.
손태홍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461억달러를 기록하며 시작된 해외건설 수주 감소세가 올해에도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 수주 급감이라는 경착륙에 대비하고 수주 확대가 가능한 시장을 중심으로 정부와 기업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해외건설시장의 환경 변화에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사업 전략과 선별적이고 집중적인 지원 방안의 수립과 시행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올 상반기 내내 국제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수주 실적이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베네수엘라 푸에르토 라크루즈 정유 공장 전경. 사진/현대건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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