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빅데이터 활성를 위한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이 기업의 입장만을 반영한 반쪽짜리 제도란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가 핀테크 육성에 속도를 내다보니 개인 정보 보호란 가치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비식별화 대신 완벽한 '데이터 익명화'를 통해 재식별화 가능성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데이터 익명화는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데이터에서 특정인을 식별하지 못하게 가공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정부의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을 보면 그 익명화 수준이 낮은 편이라고 평가한다. 처음부터 재식별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은 "재식별화가 될 경우 즉시 폐기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 말은 비식별화 한 정보일 지라도 추후에 다른 정보와의 결합으로 식별이 가능해 질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적절하게 비식별 조치가 된 정보는 더 이상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으므로 개인정보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정보라는 반증이 나오는 경우는 개인정보로 본다"는 말도 포함돼 있다.
정부 스스로 비식별화된 정보가 언제든지 개인정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박지호 경실련 간사는 "비식별화가 아닌 완벽한 수준의 익명화가 필요하다"며 "빅데이터 활용도가 높아진 만큼 그에 준하는 개인정보 보호 조치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법률가들은 '비식별화'란 단어로 개인정보보호법을 피해가는 꼼수를 쓰기 보다 현행 법을 존중하는 한편,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비식별화된 정보를 개인정보가 아니라고 인정받으려면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당장 법 개정이 어려운 상황이니 추정된다는 애매한 규정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법 개정과 별개로 개인정보 활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행자부와 금감원 등 관련 기관들이 기업의 비식별 정보 활용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라며 "개인정보 이용시 강력한 제재가 발동하기 때문에 점검에 앞서 기업들이 일부로 재식별화하는 일은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많은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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