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디스플레이 업계에 중국발 치킨게임의 전운이 드리우고 있다. 전방산업 둔화로 수요 기반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패널업체들의 공급물량 증가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됐다. 중국 공세가 쉽게 누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여 국내 업체들은 앞선 기술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13일 '디스플레이 산업, 치킨게임의 서막, 과연 승자는'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디스플레이 산업의 수급 균형 악화로 패널가격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TV와 모바일 등 전방산업의 정체가 부정적 요인으로 꼽혔다. 이들 산업의 수요 변화는 보통 보급화가 상당부분 이뤄진 선진국의 경우 교체 수요 중심으로, 보급화 여력이 남아 있는 신흥국은 신규 수요 중심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선진국은 저성장 기조 지속, 신흥국은 자국통화 약세에 따른 구매력 약화 등으로 시장 분위기가 크게 위축됐다. 대형화와 고화질화가 그나마 수요를 지탱하고 있다는 평가다.
공급 측면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생산능력 확대가 문제로 지적됐다. 자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8세대 이상의 대형 패널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키워가며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BOE로 2010년 1~2% 수준이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0% 초반까지 높아졌다. 지난해에만 중국 업체들은 BOE(충칭), CEC 판다(난징), CSOT(선전) 등이 8세대 신규 설비 가동을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보조금 지급과 설비 투자에 대한 공동투자 등 자금 지원을 실시하고 있으며 LCD 패널 제조에 법인세 감면, 자국산 우선 구매 장려, 관세율 인상, 외국기업 신규 투자시 사전 승인 요구 등 자국기업 보호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 디스플레이 육성 정책 근간이 되는 '신형 디스플레이산업 발전행동계획'에 따르면 양적·질적 성장을 위해 AMOLED 등 첨단기술 보유 기업에 대한 세금 우대 정책, 국내 기업간 합병, 국내외 기업간 합작 유도 등을 적극 유도한다.
문제는 중국 패널업체들의 공급량이 중국 내 패널 수요를 완전히 충족시킬 수 있을 때까지 공급 확대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BOE, CSOT 등 주요 중국 업체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글로벌 생산능력 증가분의 80%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설비 투자 자금 중 25%가량만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나머지를 정부와 은행 지원으로 조달 가능한 우호적 환경이 지속되는 만큼 설비 증강을 통한 공급 확대 전략을 중단할 필요도 없다.
중국 패널 업체들의 공급량 확대로 치킨게임이 우려되는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은 기술력으로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는 조언이 제기됐다. 사진은 지난 2월 디스플레이 선도기업 격려차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을 찾은 주형환 산업통산자원부 장관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에 한기평은 국내 업체들이 명확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기술 경쟁력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LCD 기반의 디스플레이 시장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중심축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독보적 입치를 구축하고 있는 OLED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유준위 한기평 책임연구원은 "수율, 가격 등의 문제가 점차 해소되면서 OLED 시장 성장성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디스플레이 기반이 OLED로 신속하게 전환될수록 국내 업체들의 수혜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가파른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규 투자가 수반돼야 하기 때문에 투자에 따라 재무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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