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개성공단 가동중단 등으로 남북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20대 국회 당선자들의 외교통일위원회 선호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에서 외교통일 전문가로 영입한 인물들의 국회 입성도 좌절되면서 희망자는 더 줄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배치가 결정되면서 외통위는 국회에서 국방위와 함께 가장 핫한 이슈를 다루는 상임위가 됐다.
국회 외통위원장인 더민주 심재권 의원을 지난 15일 만났다. 심 위원장은 호주 최대의 공립학교인 모나쉬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19대 국회에서는 외통위 야당 간사로 활동했다. 그런 긴 과정을 거치면서 당내 외교전문가로 부상했다. 최근 심 위원장은 위원장실의 사진을 독도로 바꾸고, 외통위 회의실 사진도 백두산 천지로 교체했다. 외통위원장으로서의 지향을 보여준 것이라고 심 위원장 측 인사는 설명했다.
심 위원장은 사드가 군사적으로 효용성이 없으며 주변국과의 불필요한 갈등만 불러온다는 점에서 배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각당의 입장을 조율만 하는 상임위원장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뜻을 정확히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자신의 입장이 외통위 전체의 의견은 아니라고 못박았다. 심 위원장은 인터뷰를 하는 동안 본인의 의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며 차분하게 말했다. 사드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이 느껴졌다.
- 외교, 안보, 통일 이슈는 행정부의 주도권이 강한 영역이고 특히 대통령의 어젠다다. 이 분야에서 국회의 역할, 특히 외통위의 역할은 무엇이 돼야 한다고 보는가.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으로 정책 의견을 제시하고, 행정부의 정책 수행이 잘 되는지 지켜보고, 문제가 있다면 지적하는 곳이다. 국회 외통위는 외교통일 분야에 관한 국회 내 주무 부서다. 특히 최근 불거진 사다 문제는 외교통일 분야이기 때문에 국회가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의견을 제시하고 정부에 정책방향에 관한 입장을 개진할 수 있다.
- 외통위원장으로서 임기 2년 동안 특별히 집중하고 싶은 현안이 있다면?
가장 큰 현안이라면 역시 남북관계의 단절 문제라고 생각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기간 동안 남북관계가 잘 발전됐지만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시점에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남북관계가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파탄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남북관계가 주는 긴장과 경쟁체제가 국제 사회에서 우리의 운신 폭을 좁히고 있다. 남북관계가 가장 중요한 현안이라고 보고 이를 복원해 보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사드 배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부는 사드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이기 때문에 도입하자는 것 아닌가.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을 방어하는데 있어 사드는 마지막 수단이다. 북한과 우리와의 군사적 충돌 상황을 가정해 볼 때, 북한이 우리를 공격하는 수단은 주로 단거리 미사일이 될 것이다. 핵 공격이 됐든, 재래식 폭탄에 의한 공격이 됐든 단거리 미사일 공격이 주요 수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북의 거리가 짧기 때문이다. 개성과 서울의 거리는 불과 50km밖에 안 된다.
북한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짧게는 2~3분, 길어도 10분 정도면 남한을 타격할 수 있다. 게다가 단거리 미사일은 불과 고도 10km에서 30km안팎으로 낮게 날아다닌다. 그런데 사드는 고도 40km에서 150km 사이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갖춰야 될 것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인 KAMD이다. 이를 서둘러 완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고도와 중고도 미사일에 모두 대비할 수 있는 무기체계가 충분히 갖춰져야 한다. 이런 것을 다 갖추고 난 다음 사드의 효용성이 좋다면 도입할 수 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사드는 군사적 효용성이 없다.
사드 도입으로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국가들과의 외교적 갈등도 불필요하게 일어난다. 군사적 측면에서 상대 국가에 있는 1차 타격 대상은 레이더 기지다. 레이더를 이용해 공격할 수 있고, 우리의 공격 수단을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드 미사일 기지를 갖게 되면 거기에서 수반되는 레이더 시설이 상대 국가의 1차 타격 목표가 될 것이다. 최근 중국이나 러시아 등의 국가 주요 기관에서 레이더 기지를 타깃으로 한 미사일 진지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는 논의들이 나오고 있다. 불필요하게 우리가 선제공격의 타격 대상이 된 셈이다.
- 사드 배치에 대한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야당에서 나오고 있고, 국회 입법조사처도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심 위원장의 입장은 무엇인가?
당연히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 첫째는 법리상 필요하고, 둘째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 있을 때는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데 이때 비준이 필요하다. 헌법 60조(국회 비준 동의 규정)에서는 중요한 안보상황에 관한 내용이나 약속들은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국민들이 상당한 재정 부담을 갖게 될 때 외국과 한 약속에 대해 비준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드가 바로 그 경우다. 안보 상황에 대해 단순히 무기를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미사일방어체계(MD)라는 미사일 방어 기지가 생기는 것이다. 통상적인 무기와 달리 우리나라 안위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사드 배치를 국가 안위에 관한 문제로 받아들여서 비준을 받아야 한다.
또 이미 우리가 9000억원 이상의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을 내고 있다. 사드 미사일 포대가 도입되면서 미국이 방위비분담금을 증액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요인이 생겼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당연히 새롭게 발생하는 분담금 인상 요인에 대해 문제를 제기 할 수 밖에 없다. 결국 국민들에게 상당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또한 비준을 받아야 하는 이유로 본다. 사드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국회 비준만큼 그것을 잘 담아낼 수 있는 제도도 없다. 정부 입장에서도 사드 배치를 미국과 약속했지만 국회 때문에 집행되지 못하고, 계속 논의를 하게 되는 것은 미국에 좋은 변명도 된다. 그런 점에서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
- 사드 배치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안철수 의원 등의 주장에 대한 판단은?
그런 의견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국가적인 주요 현안에 대해 국민들의 총의를 물어보는 것은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다만 국민투표로 가기 전에 국회 비준 과정이 있기 때문에 여기서 좀 더 용이하게 이 문제를 논의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더민주 일각에서는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있다. 이런 주장을 반박한다면.
나는 12일 열린 더민주 의원총회 전까지 '사드 반대'가 우리 당의 당론인 줄 알았다.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 때까지 미사일방어(MD)는 시종일관 미국에 양해를 구해온 문제였기 때문이다. 2년 전 외통위에서 사드 문제가 제기됐을 때도 우리 당은 이구동성으로 반대했다. 당 원내대책회의나 대정부 질문에서도 반대 입장을 충분히 개진했다. 사드 입장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나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는 국가와 국민의 안위에 직결되는 문제다. 그리고 우리 당은 제1야당이다. 따라서 사드 문제와 같은 국가적 현안에 대해서 나는 찬성이든 반대든 당연히 국민에 대한 의무로써 분명하게 우리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전략적 모호성을 취한다면 이는 잘못이다.
심재권 국회 외교통일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5일 국회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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