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국내 맥주, 대목에도 '우울'
진열대 점령한 수입맥주 폭격…국산 맥주 수익성 악화
2016-07-24 14:37:30 2016-07-24 14:37:30
[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국내 맥주업계가 대목에도 우울한 표정이다. 맥주 시장에서 본격적인 성수기로 분류되는 여름을 맞았지만, 수입 맥주의 파상공세가 이어지며 국산 맥주의 설 자리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24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맥주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34.5% 증가한 9만5858톤에 달한다. 이는 반기 기준 수입량으로 역대 최대치다. 
 
특히 본격적인 맥주 성수기로 접어드는 6월 한달간 맥주 수입량은 1만9116톤, 1682만달러에 달하며, 월간 기준으로 지난해 7월 2만1415톤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많은 수입량을 기록했다.
 
반면 수입 맥주의 폭발적 성장세에 국산 맥주의 판매 위축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맥주 전체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국내 맥주업계의 수익성 악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증권가에서도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는 맥주업계를 두고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선 국내 맥주 2위인 하이트진로(000080)의 2분기 맥주 매출은 전년대비 7% 이상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맥주 모델로 송중기를 앞세우고 신제품 리뉴얼과 함께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에 나서고 있지만 좀처럼 반등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롯데주류 역시 '클라우드' 매출이 답보 상태인 가운데 전년대비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 맥주 1위인 오비맥주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9년 만에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서며 부진을 겪은만큼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국내 맥주업계는 수익성 악화 속에 입지가 커진 수입 맥주를 의식할 수 밖에 없다. 당국의 역차별 규제도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수입 맥주는 국산 맥주와 달리 수입원가에 대해서만 주류세가 적용된다. 이로 인해 자체적인 가격 할인 여력을 갖고 있는 구조를 띄고 있다. 반면, 국산 맥주는 주류법에 따라 마케팅비가 모두 포함된 출고가를 기준으로 주류세가 매겨지다 보니, 사실상 할인 판매가 힘들다는 게 국내 맥주업계의 설명이다.
 
아직 수입맥주가 전체 맥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 같은 역차별성 규제와 공격적인 할인행사가 지속된다면 국내 맥주 업계에 더 큰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가격 인상이 미뤄진 것도 수익성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당초 4월 총선 이후 맥주가격이 인상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지만 1위 사업자인 오비맥주가 "당분간 인상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경쟁사들도 만지작 거리던 인상카드를 내려놓은 상황이다.
 
위기감이 확산되자 일부 국내 맥주 업체들은 발상의 전환에 나섰다. 수입맥주를 직접 들여와 판매하는 대응 전략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오비맥주는 '카스' 등 국산 맥주 부진하자 판매권을 가진 수입 맥주에 대한 마케팅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 호가든의 새로운 제품을 선보였고, 스텔라 아르투아 등에 대한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도 수입 맥주인 '기린이치방'의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를 열고 여성 소비자를 공략하고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를 가 보면 황금 진열대는 모두 수입맥주 차지가 되고 있고, 최근에는 수제 맥주까지 인기를 끌며 국산 맥주가 힘든 경쟁 중이다"라며 "과거처럼 여름 성수기에도 큰 재미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 몇년 째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한켠에 할인 행사 중인 수입맥주들이 빼곡히 쌓여있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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