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LG전자(066570)가 가전 명가의 위상을 재입증했다. OLED TV 등 프리미엄 중심의 제품 믹스로 수익성을 높인 TV와 생활가전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2년 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모바일과 전장 사업은 적자를 탈피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가전 홀로 실적을 이끈 2분기였다.
LG전자는 28일 연결기준 2분기 매출액 14조29억원, 영업이익 5846억원의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6%, 영업이익은 139.5% 급증했다. 전분기에 비해서도 매출(4.8%)과 영업이익(15.7%) 모두 개선됐다. 분기별 영업이익으로는 6100억원에 달했던 2014년 2분기 이후 최대치다.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한 H&A와 HE 사업본부가 실적 개선의 일등공신이었다.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의 2분기 영업이익은 43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6% 증가했다. 'LG 시그니처'를 필두로 한 프리미엄 가전과 시스템에어컨 등 B2B 사업의 고른 성장이 주효했다. 중장기 투자 강화를 위한 마케팅 자원 투입이 확대됐음에도 9.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 2개 분기 연속 10%에 육박했다. LG전자는 이날 열린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주력 제품인 냉장고, 세탁기 등이 시장의 평균보다 높은 성장을 했다"며 "모듈러 설계, 플랫폼 단순화 등 오퍼레이션 측면의 효율 개선도 실적 향상의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
TV를 담당하는 HE사업본부는 3567억원의 영업이익을 일궜다. 중동과 아프리카 등 성장시장의 경기침체 여파로 매출이 전분기 대비 4%가량 줄어들었지만, OLED TV와 UHD TV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늘면서 수익성이 크게 향상됐다. 영업이익률은 8.6%로 지난 1분기(7.7%)보다 개선되며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회사 측은 "2분기 OLED TV는 전체 TV 매출의 10%를 차지했다"며 "프리미엄 지위를 공고히 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의 초프리미엄 가전 'LG 시그니처'. 사진/LG전자
야심작 G5의 실패…"신기술의 양산 준비 부족"
반면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 중인 VC사업본부는 동반 적자를 기록하며 고개를 떨궜다. MC사업본부의 영업손실은 1535억원. 전분기의 2022억원보다는 손실폭이 줄었지만 1년째 적자다. 전략 모델인 G5의 실패가 결정적이었다. 모듈을 결합시킨 혁신적 아이디어로 주목받았지만 생산수율이 받쳐주지 못한 탓에 소비자들의 긍정적 반응을 매출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윤부현 MC사업본부 전무는 "G5는 새로운 디자인과 신기술, 신공법을 적용했기 때문에 양산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선행됐어야 했는데 이를 간과했다"며 "사전검증 작업이 철저하지 못했다"고 실패를 자인했다. 이 여파에 MC사업본부의 2분기 매출은 3조325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위축됐다.
자신했던 G5가 실패하면서 후폭풍도 거셌다. 이달 초 MC사업본부는 이례적으로 연중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본부장 직속 PMO 조직을 신설하고, G·V 시리즈를 전담하는 총괄책임 운영체계로 전환해 개발·구매·생산 간 긴밀한 협업체계를 구축했다.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유통과 영업의 역량을 강화하고자 MC한국영업FD를 한국영업본부로 통합했다. 소프트웨어 인력을 중심으로 인력 재배치가 이뤄지는 등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한 작업들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윤 전무는 "G5 실패를 교훈삼아 제품의 완성도를 높여 출시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VC사업본부는 16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분기(158억원)보다 손실폭이 확대됐지만 미래 성장을 위한 자원 투입이 늘었던 결과라,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상반기 VC사업본부는 양적·질적 성장을 고루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매출을 가늠할 수 있는 수주 잔고 중 전기차 부품 비중은 25%까지 늘었다. 본격적으로 개화될 전기차 시장에서의 입지 확대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프리미엄 위상 강화로 견조한 실적 유지"
LG전자는 3분기에도 견조한 수준의 이익 개선을 실현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심리 부진, 브렉시트로 인한 시장 불확실성 증대, 원자재 및 패널 가격 변동성 확대 등 대내외 경영환경의 어려움은 계속되겠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높여 수익성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LG 시그니처와, OLED TV, UHD TV 등이 가전 비수기 진입에도 선전할 것으로 예상됐다. 상업용 에어컨과 빌트인 주방가전, 전기차 부품 등 B2B 영역도 적극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트폰은 G5의 부진을 발판삼아 부활의 길을 모색한다. V시리즈 후속제품을 출시하는 동시에 K·X시리즈 등 보급형 제품의 출시 국가를 확대할 방침이다. LG전자는 "모델 수 정예화를 통한 효율적 모델 운영으로 매출 확대를 추구할 것"이라며 "중소형 OLED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에도 LG디스플레이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적극 대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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