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올림픽 열기가 식은 진짜 이유
2016-07-31 13:24:27 2016-07-31 14:03:14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올림픽 열기가 예전만 못하다. '올림픽 특수'라는 말도 듣기 힘들다. 벌써 흥행 적신호라는 얘기가 들린다. 시청률에 민감한 국내 방송사도 긴장하고 있다. 흔히 지적되는 한국과 리우의 12시간 시차 때문만은 아니다. 4년 전 런던과의 시차도 8시간이었다. 낮과 밤이 다른 건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가장 큰 원인은 기업들이 조용해서다. 한국에서는 기업의 행보가 곧 사회 분위기다. 올림픽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리우 올림픽 닷새를 앞두고 기업들이 보이지 않는다. 올림픽 마케팅에 한창이던 과거와 다르다. 브라질 정부가 공식 스폰서 외에는 올림픽 관련 어휘를 쓰지 못하게 해서 그렇다는 분석도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강력해진 기업 마케팅 규제 때문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절반만 맞는 얘기다.
 
진짜 이유는 기업들의 빠른 두뇌 회전에 있다. 그들은 이미 올림픽의 한계를 절감했다. 더는 '올림픽 장사'가 큰 실효성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국민들은 이제 올림픽 안에서 대한민국의 국력을 논하지 않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애국심과 올림픽 영웅 마케팅의 원천을 잃은 셈이다.
 
예전엔 올림픽이 곧 대한민국이었다. 우리는 올림픽을 본 게 아니라 그 안에서 대한민국을 읽었다. 남는 건 금메달 개수뿐이었다. 공식 집계도 하지 않는 종합순위를 제일 앞으로 꺼내놓고 '세계 속의 대한민국'이라고 외쳤다. 기업들은 그걸 포장해 팔았다.
 
그랬던 시대가 달라졌다. 저 높이 펄럭이는 태극기와 나라의 품격은 관계가 없다는 게 드러났다. 대한민국이 2004년 아테네 대회 이후 3회 연속 올림픽 '톱10'에 올랐지만 그뿐이었다.
판타지를 깨고 현실로 돌아왔을 때 살림살이는 오히려 더 팍팍해졌다.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도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엔 헬조선과 수저계급론이 생겼다. 브릭스로 불리며 거침없이 성장할 것 같았던 브라질의 침체가 남 일 같지 않다.
 
다행히 차분한 리우 올림픽을 보며 희망도 엿본다. 올림픽의 허상이 깨져가는 가운데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스포츠문화는 한 걸음 나아갔다.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 체육을 합친 통합대한체육회가 올림픽 이후 회장 선출을 앞두고 있다. 생활 체육과 엘리트 스포츠가 통합의 첫 단추를 끼우는 셈이다.
 
생활 체육이 활발한 국가는 올림픽의 과정을 즐긴다. 메달보다 도전을 높이 산다. 그러한 의식은 그들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대변한다. 한국도 리우 올림픽을 마치면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는 사회문화가 더욱 퍼지지 않을까.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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