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폭스바겐과 미쓰비시 사태에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전략 수정에 분주해졌다. 배기가스와 연비조작 파문으로 양사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진만큼 나머지 업체도 디젤차량 출시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또 그동안 속여온 제2의 업체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의문마저 들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GM과 메르세데스-벤츠, 닛산 등 글로벌 주요 브랜드들은 최근 업계를 떠들썩하게 한 폭스바겐과 미쓰비시 파문 여파에 향후 라인업과 관련한 전략을 수정했다.
GM은 최근 지난해 발표한 10억달러(약 1조1152억원) 투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인도 공장 통·폐합과 신규 플랫폼 적용, 신모델 투입 등을 위해 거금을 투자하겠다고 밝힌지 불과 1년여 만이다.
신주연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원은 "이같은 전략 수정은 제품과 브랜드 경쟁력 향상을 위해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신기술을 적용한 모델 투입, 디젤차 수요 위축에 대응해 기존 디젤차량 중심에서 벗어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로 유발된 각국의 규제 강화에 인도 역시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3% 디젤차 판매량이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고배기량 디젤차 신규등록 금지를 시작으로, 올해 6월 노후 디젤차 등록 취소 명령 등 관련 규제들이 강화되면서 인도에서 디젤 모델에 편중됐던 GM의 수익성은 타격을 입었다.
이에 따라 대규모 투자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가솔린 엔진 운영 다변화 등을 통해 판매 확충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폭스바겐 디젤 배기가스 조작과 미쓰비시 연비 조작 파문이 글로벌 브랜드 전략 수정을 부채질 하고 있다. (사진은)서울 시내 한 폭스바겐 전시장(왼쪽)과 미쓰비시 일본 현지 공장 전경. 사진/뉴시스
다임러그룹은 폭스바겐 사태로 앞당겨진 전기차 시대를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기차 배터리와 친환경 고효율 엔진, 대체 연료시스템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미 지난해 연구개발비를 전년 대비 5.7% 늘린 66억유로(약 8조2500억원)까지 투자한 상황에서 해당 분야에 지속적 확대 계획을 밝히며 친환경차로 방향타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닛산은 연비조작에 휘말린 미쓰비시와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오는 2018년 하반기 투입 예정인 신형 경차에 자체개발 엔진을 탑재하기로 한 것. 그동안 닛산은 경차를 자체 생산하지 않고 미쓰비시를 통해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공급받아왔다.
하지만 미쓰비시가 지난 4월 닛산에 공급한 모델을 포함한 4개 모델의 공인 연비를 높이기 위해 연비 검사 데이터를 조작해 허위 보고한 사실이 발각되며 덩달아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 이에 창립 이래 최초의 경차 엔진개발 카드를 통해 미쓰비시 사태로 인한 부정적 인식을 타개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별 전략 변화는 시장 트렌드에 맞추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폭스바겐 사태의 영향력이 막대한 만큼 디젤차량과 선을 긋고 친환경차를 부각시킬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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