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한고은 기자] 텃밭인 경북 성주에서 '사드 배치'라는 난제를 풀어야 하는 새누리당이 '야당 때리기'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 국면을 전환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이 어제 성주에서 '오늘도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했는데 사드 배치로 북한이 추가도발을 해도 우리는 할 말이 없게 됐다'고 했다”며 “사드 결정이 미사일을 맞을 짓이라는 말인가. 이분이 대한민국 국회의원 맞냐"고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장관과 청와대 참모를 지낸 분이 중국 언론에 사드 배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며 "안보에 대해 주변국 입장을 옹호하는 사대주의적 매국행위를 즉각 중단해달라"고도 말했다. 김충환 전 청와대 비서관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중국 언론에 사드 반대 입장을 밝힌 일을 문제 삼은 것이다.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도 "야권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국가안보 확보를 위한 사드 배치 문제를 정략적으로 쟁점화시키고 있다"며 거들었다. 김 위원장은 “스위스가 중립국 지위에도 막강한 군사력을 확보하고 최근 스위스를 비롯한 일부 유럽 국가에서 여성 징병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우리나라처럼 안보에 대한 불감증이 심각한 나라는 이 지구상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전날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비판하는 등 사드에 대한 중국의 '보복성' 조치가 전방위적으로 나타나면서 정부·여당이 위기에 빠지자 야당을 향해 색깔론을 제기하며 초점을 흐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더민주를 비롯한 야당들은 새누리당의 공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드 배치로 야기되는 문제를 하나하나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내 사드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사드 배치 발표 이후 국론분열도 문제지만 중국의 대응도 심상치 않다. 마냥 시간을 보낼 문제가 아니다”며 “관련 업계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는 만큼 선제적인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호 의원을 포함한 당 소속 의원 7명은 오는 8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사드 문제에 대한 중국 측의 입장을 듣고 더민주의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더민주가 사드 문제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주장했지만, 머지 않아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정부와 여당을 더욱 압박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당대표에 출마한 송영길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드 문제에 대한 당론 결정을 하지 않고 있는데 대한 답답한 마음이 크다”며 “내가 당대표가 되면 야3당 간 협의를 통해 국회 차원에서 비준 절차를 거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27일 더민주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당대표 후보 중 추미애·송영길·김상곤 후보가 사드 반대에 한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전날 우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국회 내에 사드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새누리당에 제안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한편 더민주 김한정 의원은 이날 새누리당 정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그간 중국에 협조 요청을 해왔던 우리 정부가 북한의 추가 미사일 도발에도 중국·러시아의 보이콧으로 유엔 안보리 규탄 결의문조차 내지 못할만큼 대북 국제공조에 차질이 빚어진 점을 지적한 것을 왜곡·호도했다”며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4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혁신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정진석 원내대표(왼쪽)가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 사진/뉴시스
최한영·한고은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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