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사장 인선 파행 배후는 금융위?
고위직이 산은 회장에 "공모 연기해라" 통보 의혹…정권실세 배후설도
친박실세 개입 메신저 역할…"대우조선 부실사태 교훈 버렸나" 우려
2016-08-09 08:00:00 2016-08-09 16:12:39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정치권 외압설과 낙하산 인선 논란으로 얼룩진 대우건설 사장 인선 파행의 배경에는 금융당국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친박계(친 박근혜) 핵심 의원이 대우건설의 사장 인선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금융위원회가 대우건설의 대주주이자 금융위원회 산하 특수은행인 산업은행에 '윗선'의 의사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면서 파행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우건설 사장 인선에서 산은이 석연찮은 행동을 이어온 가운데 금융위 고위직 인사가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부터 진행된 대우건설 차기 사장 인선 과정은 논란의 연속이었다.
 
대우건설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5월 말 후임 사장 내부 공모에 들어간 결과 후보를 박영식 사장과 이훈복 전무로 압축했다. 하지만 산은과 대우건설측은 내부 공모를 통해 최종면접까지 진행된 사장 선임 절차를 돌연 백지화했다. 
 
산업은행이 외부 출신까지 범위를 넓혀 외부공모를 하자고 주장하자 6월24일부터 지난달 1일까지 다시 공모를 받으면서 인선 과정이 지연된 것이다.
 
정상적으로 진행해오던 대우건설 사장 인선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변질된 것은 이때부터다. 공모 마감이 임박하자 산업은행은 다시 공모 시한을 돌연 7월8일로 재연장했다. 
 
새 지원자 중 조응수 전 대우건설 부사장과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이 최종 후보로 압축됐다.
 
해외 분야 경험이 전무한 박창민 전 사장이 유력시 되자 정치권 외압이 작용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박 전 사장은 한국주택사업협회장을 역임하면서 정치권 유력 인사들과 친분을 쌓아 유력 후보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당시 정부는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등을 통해 부동산 경기 부양에 나섰는데 박 전 사장이 코드를 맞출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정치권 상황에 정통한 관계자는 "대우건설 사장이 내부 출신으로 굳어지는 상황에서 친박 실세를 등에 업은 인사가 청와대를 통해 민원을 넣었고, 이 소식을 전달받은 금융위가 산은에 사장 인선을 중단하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우건설은 이사회를 열고 단독 사장 후보로 추천된 박창민 후보를 신임 사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고 2주 뒤 있을 임시주총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친박(친 박근혜)계열의 유력 정치인이 박 전 사장을 지원했다는 논란이 계속되는 등 막판까지 진통을 겪고 있어 결과는 미지수다.
 
이 같은 논란이 계속되자 낙하산 인사로 대우조선을 부실덩어리로 만들었다는 책임론을 받고 있는 금융당국과 산은이 대우건설까지 망가뜨리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한 인사는 "금융당국이나 산은이 대우조선해양, 대우증권 사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에서 전혀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대우건설 사장 선임 일지. 그래픽/뉴스토마토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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