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희석기자] 미국은 세계에서 국가 부채가 가장 많은 나라다. 매년 정부의 지출이 세금 등으로 벌어드리는 돈보다 수천억 달러가 많고 무역 적자도 심각해 부채가 매년 높이 쌓여간다.
지난달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는 113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의 1490억달러보다 24%가량 줄었다.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막대한 국채 발행이 이어진다. 연방정부가 발행한 국채의 상당 부분을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흡수하지만 나머지는 여러 나라와 기업들로 흩어진다.
미국 정부는 이자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단기 국채 발행에 치중했다. 만기가 짧은 국채의 이자가 비교적 낮기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경제학 교수인 케네스 로고프는 바로 이점을 우려한다. 미국의 단기 국채 비중이 너무 높아져 금리가 오를 경우, 미국 정부의 부담이 짧은 시간 크게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고프 교수는 최근 기고전문매체 프로젝트신디케이트에 올린 글에서 “한 나라의 정부는 은행이나 헤지펀드처럼 운영돼서는 안 된다”며 “(단기 부채가 늘어나는 것이) 너무 위험하며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 정부가 내야 할 비용이 너무 많아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미국 정부의 순부채 규모는 정부 수입의 82%를 차지한다.
미국 워싱턴의 재무부 청사 건물. 사진/뉴시스·신화
미국 부채 규모 상상 초월
미국 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미국 정부의 부채는 19조4277억달러(2경1458조원) 정도다. 1년 전의 18조1513억달러에 비해 약 7% 증가했다. 세계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2006년 7월에는 4조1640억달러에 불과했다.
로고프 교수는 “미국 연방정부의 전체 부채 규모를 보면 미지급 연금이나 건강보험을 제외하더라도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미국 재무부와 연준도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우선 발행하는 국채 만기를 계속 줄였다. 현재 미국의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23%다. 1년 만기는 0.54%에 불과하다. 만기가 짧은 국채 발행을 늘리면 미국 정부가 지불해야 하는 이자 부담도 그만큼 줄어든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 부채의 평균 상환 기간은 3년 이내로 줄어들었다. 단기 국채의 증가는 민간 분야의 금리 인하 효과도 있었다.
만기가 짧은 부채는 큰 부작용을 가진다. 미국 정부가 빚을 갚기 위해 짧은 시간 많은 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리가 유례없이 낮은 현재 상황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미국 정부의 부담은 단기간 크게 증가할 우려가 있다.
로고프 교수는 “전쟁이나 재앙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아무도 기준금리가 단기간에 급격히 오른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금리가 빠르게 오를) 가능성은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이 미국 국채선물 가격 동향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12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40.6%다. 앞으로 발표되는 미국 경제지표에 따라 금리 인상 가능성은 급등할 수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미국 정부의 부채 상환 압력이 커지고 이는 결국 세금 증가와 재정 지출 축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이는 실업률 증가와 경기 침체라는 악순환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오는 11월 8일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불안 요인도 커졌다. 특히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경제 문제와 맞물려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로고프 교수는 “대중적 인기를 중요시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공공재정 확대 등 선심성 정책으로 미국의 부채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정부 재정을 ‘공짜 점심’ 취급하는 정치인들은 부채 문제를 무시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필수 인프라와 교육 분야 발전을 위한 부채 확대에는 동의한다”면서 “새로운 대통령이 인프라 확충을 위한 독립적인 전문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해법은 부채 상환 연장
스페인은 50년 만기 채권을 매우 낮은 금리로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아일랜드와 벨기에, 멕시코는 100년 만기 채권도 발행했다. 반면 미국의 최장기 채권은 여전히 30년 만기다.
장기 채권은 단기 채권에 비해 금리는 높지만 ‘위험’ 관리가 비교적 용이하다. 급격한 금리 변동 등에 대처할 여유가 있다.
로고프 교수는 “일각에서는 국가 부채 비율이 국내총생산(GDP)의 140%에 이르는 일본을 예로 들면서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이 훌륭한 생각이라고 한다”며 “실상은 일본의 정책 당국자들과 경제학자들은 자신들의 높은 부채 비율에 대해 매우 걱정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들이 따라 하지 말 것을 권장한다”고 지적했다.
유희석 기자 heesu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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