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경기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이른바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반년이 훌쩍 지났다. 금융투자업계는 현재 총성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업역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본격적이 무한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한순간의 방심은 곧 생존과 직결되는,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이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각종 규제의 선진화로 업무범위가 확대된 만큼 글로벌 금융투자회사로의 도약의 발판도 마련됐다. 이에 토마토TV는 자본시장 내 참여자들의 무한경쟁 양상을 조명하고 글로벌 금융투자회사로의 재도약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금유투자업계의 향후 과제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지난 2월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서 그간 금융투자회사의 보호막이었던 업종별 칸막이 규제가 일제히 해제됐다.생존을 건 무한경쟁시대 돌입을 예고하는 순간이었다.
당장 은행과 증권사간, 증권사 상호간 경쟁력 확보를 위한 총성없는 무한경쟁의 서막이 올려졌다.
증권사들은 다양한 고금리 상품과 수수료 면제로, 은행권도 이에 맞서 고금리 상품 및 신용대출 등을 '무기'로 치열한 고객 유인에 나섰다.
이러던 와중에 소위 1차 전쟁의 방아쇠가 당겨졌다. 지난 8월부터 증권사 소액지급결제 서비스가 개시되면서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 증권 vs. 은행, '밀리면 끝장'
증권사의 소액 지급결제 업무가 시작되면서 증권사와 은행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고객의 입장에선 증권사 CMA와 은행 자유입출금식 예금의 가장 큰 차이가 소액결제 서비스 가능 여부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 중요한 서비스 기능을 증권사에서도 제공하게 되자 은행이 '바짝' 긴장하게 된 것이다.
지난 7월 증권업계 최초로 동양종금증권이 소액지급결제 업무를 시작했고 소액지급결제 서비스 시행에 맞춰 현대, 미래에셋, 대우, 삼성, 한국투자, 우리투자증권 등 총 13개 증권사가 서비스를 개시했다. 9월엔 신영증권, 10월엔 교보증권도 가세했다.
시행 초기에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증권사들은 수수료 면제, 연 4% 우대금리 CMA상품 출시, 각종 경품 행사등을 통해 고객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이에 은행들도 반격에 나섰다. 연 4%의 높은 금리와 수수료 면제, 신용대출 등의 혜택을 내세운 월급통장으로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
증권업계 관계자는 "월급통장을 둘러싼 은행과 증권사의 대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그동안엔 초기 마케팅에 의해 시장이 움직였다면 앞으로는 고객 중심 서비스의 질적수준이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권사와 은행간 고객유치가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금융당국이 'CMA 시장 감독강화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생존을 건 격한 경쟁이 수그러들리는 만무했다.
◇CD수수료 차등화로 신경전 불똥 옮아
이들 업계의 격한 경쟁은 현금인출기(CD) 공동망 수수료 차등화를 둘러싼 '신경전'으로 불똥이 옮겨 붙었다.
특히 증권사의 반발이 거세다. 은행의 일방적인 추진과정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며 지난 6일 열린 CD공동망 취급대행비용 정산체계 변경과 관련한 회의에 증권사들이 모두 불참한 것.
증권사들은 금융감독결제원에 은행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와 대규모 비용 부담 등의 문제를 제기한 상태다. 증권사들은 비은행 금융회사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비용을 증가시켜 실질적으로는 고객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일부 증권사들은 CMA 계좌의 현금 인출 및 이체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따라서 수수료 차등화로 고객에게 비용부담이 전가될 경우 증권사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권의 계획대로 현금인출기 수수료가 높아진다면 CMA를 개설하려는 고객 수가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이는 은행권의 수익을 증가시키기 위한 조치에 지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은행들은 현금인출기 및 자동화기기 보유 대수가 적은 금융투자회사가 더 높은 수수료를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은행보다 현금인출기가 상대적으로 적은 금융투자회사들이 관리비용을 덜 지불하는 상태에서 지급결제서비스를 통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맞서고 있는 것.
현재 은행권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인출기는 4만8000여대에 달하는 반면 증권업계 전체의 보유대수는 350대 수준에 불과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현금인출기 운영을 위해 적자까지 감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은행에 비해 월등히 적은 현금인출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과 같은 수수료에 기기를 이용하겠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무한경쟁시대, '이대론 안된다.. 다 바꿔'
타 업권과의 무한경쟁과 동시에 증권업계는 글로벌 금융투자회사로의 도약을 위한 내부 경쟁에도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종전의 영업 전략으로는 차별화의 한계가 분명한 만큼, 자산관리(WM)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금융투자 환경의 변화 속에서 질적 차원의 우량한 캐시카우를 확보하고 업계를 선도하려면 WM의 강화가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올 초부터 증권사들은 WM 부문 조직을 재정비하고 전담 인력을 재편하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해왔다.
증권업계는 국내 WM시장이 2년 후 900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실제로 국내 WM시장규모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2002년 WM부문 연간 성장은 141억원 수준이었지만 2004년 314억원, 2005년 284억원, 2006년 433억원, 2007년 628억원 등 점진적인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이호찬 금융투자협회 팀장은 "자기자본 투자를 늘리고 모기지나 각종 파생상품 투자에 활발히 나서는 등 투자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있다"며 "세계적인 투자은행이 되기 위해서는 덩치만 키우기보다는 수익구조 다변화를 통한 질적성장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엔 그동안 브로커리지에 치중했던 증권사들 가운데 사업구조 재편에 힘을 쏟고 있는 곳이 늘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소매영업에 역량을 모아 온 증권사들은 최근 증시의 혼조세와 거래량 감소에 따라 다른 사업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 3월 글로벌 IB 부분의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영업전문가와 글로벌증권사 출신의 연구원들을 대거 영입했다. 대우증권은 전통 IB기능을 강화하고, 본원적인 발행시장 업무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한편 최근 삼성ㆍ우리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의 CEO들은 일제히 해외현장 점검에 나서는 등 사업영역 확장을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며 금융업계의 일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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