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기자]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애널리스트는 통찰력을 갖춰야 합니다. 시대가 발전할수록 사회 각 분야들이 서로 연계돼있기 때문에 다양한 각도에서 현상의 이면을 바라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통찰을 갖추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열정을 통해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사안에서 중요한 점을 발견하게 될 때도 있습니다.”
이상화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 사진/현대증권
이상화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통찰력’과 ‘열정’을 강조했다. 실제로 이 센터장은 2012년 우연한 기회에 미국 셰일가스 관련 얘기를 들었는데 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이후 후배 애널리스트들과 연구했고, 셰일가스 개발로 인해 유가가 하락하고 세계경제에 큰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 7편을 발간했다. 그리고 이 시리즈는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또한 이 센터장은 ‘융합’에 대해서 강조했다. 예를 들어 자동차 분야와 IT 분야는 별개로 여겨지지만 융합이 진행되면서 자동차 기업의 경쟁상대는 IT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해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에서도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융합 리포트를 발간하고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증시전망은
-2100선을 상단으로 하는 박스권으로 예상한다. 글로벌 증시에서 미국 기준금리 사안이 미치는 영향이 큰데, 현재 미국은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는 시그널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9월 또는 12월 인상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게다가 원화강세에 따른 국내 수출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도 박스권을 전망하게 되는 요인이다. 다만 삼성그룹 등 국내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과 주주환원정책 강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하락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와 올해 증시상황은 매우 다르다
-올해 상반기 증권사들의 당기순이익은 2조2300억원 규모인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3% 감소했다. 특히 증권사들의 수탁수수료와 자기매매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 중국 증시의 활황과 같은 이벤트가 올해는 없었고 이로 인해 국내 주식시장도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게다가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이 올해 위축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에 IB 부문은 지난해보다 10% 정도 증가했는데, IB 부문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외국인이 대규모 매수세를 보였다
-올해 초 중국 증시의 급락과 6월말 영국 브렉시트 리스크로 인해 주요 국가들이 유동성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마련했다. 이로 인해 증가된 유동성이 신흥국 시장에 유입됐으며, 우리나라도 수혜를 입었다. 올해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와 IT 관련 종목들을 주로 매수했다. 다만 하반기에는 미국 금리인상 등의 변수로 유동성이 늘어나기 힘들기 때문에 외국인 매수강도는 감소할 것으로 본다. 외국인이 하반기에 관망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이상화 센터장은 인터뷰에서 융합, 통찰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사진/현대증권
증권 분야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경제학과라서 그런가 대학시절부터 금융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1995년 닉 리슨이라는 베어링은행 소속 파생상품 펀드매니저가 위험한 투자를 감행하다가 큰 손실이 발생하면서 회사를 파산시켰던 사건이 있었다. 영어공부를 하려고 미국 <Times>를 구독하다가 이 사건을 접했고 선물/옵션 시장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당시에는 국내에 선물/옵션 거래가 없었던 시절이었다. 외국 서적을 통해 독학을 했고 미국 선물거래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를 계기로 증권업에 입문하게 됐다.
애널리스트에게 요구되는 기본적인 자질은
-발로 뛰고 듣고, 보면서 분석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자료라던가 기존의 통념이 많지만 여기에서 머물지 말고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비판적인 시각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체력적인 뒷받침도 있어야 한다. 기업탐방이나 컨퍼런스 참석, 투자자 대상 프레젠테이션, 리포트 작성 등 업무 시간이 길기 때문에 체력관리는 기본이다.
최근 애널리스트 인원이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고용이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고도성장기를 지나면서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고, 자동화, 플랫폼화가 진행되면서 고용축소가 세계적인 트렌드로 나타나고 있다. 애널리스트 업계도 이 영향을 받고 있으며, 애널리스트 1000명 선이 조만간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물론 일부의 사례이지만 직접 자산을 운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펀드매니저 등으로 이직하기도 한다. 제조업도 힘든 시기일수록 연구, 개발이 필요하듯이 애널리스트의 경우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증권사의 역량에 핵심이 되는 자산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상화 센터장이 한 설명회에서 강연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증권
현대증권 리서치센터만의 차별화된 장점은
-‘융합’과 ‘글로벌’에 중점을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산업 간 융합 리포트, 해외와 글로벌 트렌드 분석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를 예로 들면, 타 증권사에서는 참여한 애널리스트가 없거나 IT 담당만 참석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에서는 IT 담당 외에 자동차, 유틸리티/건설 담당까지 3명을 파견했다.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도 IT와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가 참석하고 있다. 이들이 귀국하면 IT와 자동차의 융합추세, 차세대 인공지능 및 신기술 관련 리포트 작성과 세미나를 진행하게 된다.
‘융합’이 앞으로의 ‘대세’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향후 글로벌 경제와 산업의 추세는 컨버전스(convergence)라고 표현되는 ‘분야 별 영역파괴와 분야 간 융합’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기업의 경쟁상대는 구글과 같은 플랫폼 기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가 반영된 것이다. 금융 분야에서도 융합이 중요해질 것이며, 은행-증권 등 융합 플랫폼을 가진 회사의 강점이 부각되는 시대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직원들에게 평소 강조하는 점은
-리서치센터 직원들에게 ‘자신이 맡은 분야만 신경쓰지 말고 다방면의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회 모든 분야는 단절적인 것이 아니며, 서로 연계돼있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는 통찰이 필요하며, 현상의 이면과 분야 간 상호작용을 꿰뚫어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타 분야 애널리스트와 토론은 물론 해외 출장을 통한 교류, 인문학적 소양을 습득하는 등의 다양한 노력과 열정이 있어야 한다.
업계에서 호평을 받았던 미국 셰일가스 관련 보고서. 사진/김재홍 기자
애널리스트를 하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2012년 하반기부터 시작했던 ‘Energy Paradigm Shift’ 보고서 시리즈를 발간했던 일이다. 2012년 영국 런던 출장에서 우연한 기회로 셰일 가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냥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지만 당시 셰일 이슈는 테마성, 단발성 사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후배 애널리스트들과 연구를 시작했다. 미국 휴스턴 출장만 5~6차례 갔었는데, 7차례에 걸쳐 보고서를 발간했다. 지금도 이 시리즈는 미국의 경제성장과 유가하락, 산유국의 헤게모니 상실 등을 예견한 리포트로 평가받고 있어 뿌듯한 마음이 든다.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현대증권이 KB금융그룹의 식구가 된다. 국내 최고의 금융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 KB금융그룹의 일원이 된다는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 지금까지 현대증권이 만들어왔던 강점이 KB금융그룹에서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증권 고객 외에 은행, 보험, 캐피탈 등 다양한 고객에게 글로벌 관점에서 깊이 있는 분석을 제시하고 고객의 수익성 향상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리서치센터를 구축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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