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LG화학-LG생명과학 합병 12일 공식발표…'바이오' 승부수
CEO들 모여 합병안 논의…팜한농 인수설도 '솔솔'
2016-09-06 19:08:46 2016-09-07 14:36:27
[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LG(003550)그룹의 주력 계열사 LG화학(051910)이 의약품 제조사인 LG생명과학(068870)과 합병한다. 에너지·물과 함께 신성장 사업으로 내건 '바이오'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하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이번 합병 건은 오는 12일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6일 업계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LG그룹은 이번 주말 최고경영자(CEO) 워크숍을 열고 이번 합병안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진행한다. 공식발표는 오는 12일로 계획돼있다. 두 회사는 각각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합병 승인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그동안 LG화학이 본업인 기초소재 부문 호조로 높은 실적을 이어온 만큼, 합병을 위한 실탄 마련에는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이날 기준 LG화학의 시가총액은 약 16조6672억원(주당 25만1500원)으로, 약 1조1620억원(주당 7만100원)인 LG생명과학의 약 14배다. LG화학은 올 상반기 기준 1조7176억원의 현금·현금성 자산과 약 3조원의 매출채권, 1조1000억원 가량의 기타 수취채권도 갖고 있다.
 
◇'생명과학 육성' 글로벌 대세 좇는다
 
화학기업이 생명과학사업을 새로운 성장 돌파구로 집중 육성하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트렌드'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종합화학기업 상위 11개사 가운데 8개 기업이 생명과학 사업을 하고있다.
 
듀폰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생명과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4년 21%였지만, 2014년 46%까지 늘었다. LG화학은 바스프, 다우케미칼처럼 생명과학을 성장동력 중 하나로 추진하되 '캐쉬카우'인 기초소재 사업도 키우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LG화학은 지난달 28일 "고부가가치 석유화학제품 매출을 2020년까지 3조에서 7조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LG생명과학 입장에서는 2009년 충북 오송 생명과학단지 내 공장 투자로 늘어난 재무적 부담을 덜어 줄 '지원군'을 얻게됐다는 평가다. 2003년 퀴놀론계 항생제 '팩티브'가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청(FDA) 승인을 얻는 등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대기업 계열사의 성공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소위 '대박'은 터트리지는 못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단기적 실적에도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보니 가장 중요한 R&D 투자비중은 오히려 하락세"라며 "합병되면 오히려 마음놓고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과 SK(003600)가 최근 바이오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것도 고려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합병을 통해 LG화학은 '글로벌 톱 10' 진입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다. 화학·화학공학업계 잡지 C&EN이 최근 발표한 '2015 글로벌 톱 50 화학기업'에 따르면, 지난해 약 20조원의 매출을 기록한 LG화학은 11위로 10위인 듀폰(약22조원)과의 격차가 크지 않다. LG생명과학의 당뇨치료신약 '제미글로'는 국내 신약 중 처음으로 올해 500억원 매출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 팜한농 지분 100% 원했다"
 
LG화학의 바이오 사업 추진이 본격화되면서 올 4월 인수한 자회사 팜한농과도 장기적으로 합병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LG생명과학의 '원제'와 팜한농의 '완제' 사업은 연결성이 크기 때문이다. 작물보호제 사업은 원료를 개발·생산하는 '원제' 사업과, 그 원제에 부재료·첨가제를 섞어 최종제품을 만드는 '완제' 사업이 있다. 세계시장은 50조원대 규모로 연평균 5~6%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LG생명과학과 팜한농은 국산 원제 개발을 위해 최근 태스크포스(TF)도 꾸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 유통되는 원제는 거의 수입산인데, 수입산은 지적재산권 문제로 수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은 팜한농 인수를 논의 할 당시 LG생명과학과 지분을 나눌 수 있었는데도 처음부터 지분 100%를 원했다"며 "당장 팜한농이 LG화학 사업부로 들어가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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