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수기자]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수사에 따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재계와 롯데그룹을 중심으로 다소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검찰이 지난 26일 신동빈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역대 최대규모인 1750억원의 횡령·배임 혐의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다소 무리하게 합친 금액"이라는 의견이 오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 초기 비자금 조성 등 횡령 수백억원과 배임을 포함해 3000억원 가량의 비리 혐의가 드러났다고 했지만 이번에 청구된 영장에는 그 절반 수준인 1750억원이며 그 마저도 비자금 부분은 밝히지 못했다"며 "1750억원도 다소 무리하게 합친 금액이라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당시 신동빈 회장에게 1240억원대 특경법상 배임과 500억원대 특경법상 횡령 등 혐의를 적용했다. 특경법상 배임은 롯데피에스넷의 손실을 감추기 위한 유상증자 과정에서 계열사를 동원해 회사에 480억원대 손해를 끼쳤다는 것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에게 롯데시네마 매점 사업권을 몰아줘 회사에 770억원대 손해를 입혔다는 혐의이다.
특경법상 횡령은 형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그룹 오너일가를 국내 계열사 임원으로 거짓 등록시켜 500억원 상당의 급여를 부당 수령하도록 도왔다는 혐의다.
우선 재계에서는 500억원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횡령의 수혜자는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유미씨 등이지 신동빈 회장이 직접 이득을 취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절대적 카리스마를 가졌던 신격호 총괄회장이 한 일에 대해 신동빈 회장이 토를 달 수 없었던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며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신동주, 신유미에게 급여를 줬다는 검찰의 주장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또 롯데시네마에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770억원의 배임혐의가 적용된 것에 대해서도 신동빈 회장의 혐의로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는 가족들이 행한 과거의 구습"이라며 "신동빈 회장은 오히려 이를 바로잡기 위해 2013년 가족들(신영자·서미경·신유미씨) 회사가 운영하던 롯데시네마 매점사업을 모두 직영으로 전환시킨 바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롯데피에스넷에의 손실을 감추기 위해 계열사를 동원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4차례에 걸쳐 48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 점에 대해서도 "투자 단계에서 미리 손실로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라는 주장이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피에스넷은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ATM을 공급하는 회사로, 롯데 계열사 3사(코리아세븐, 롯데닷컴, 롯데정보통신)가 약 3분의 1씩 공동 출자해서 만들었다. ATM은 출금 기능만 있는 CD기와 달리 입금과 출금뿐만 아니라 공과금 납부, 보험가입, 티켓예매 등 복합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세븐일레븐은 향후 은행, 증권사들의 지점 역할을 편의점이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CD기 보다 약 3배 비싼 ATM을 전략적으로 도입하고 있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세븐일레븐이 2009년 말 기준 2200여 점포에서 지난해 8300여 점포로 약 4배 성장한 만큼 ATM 수요가 많아져 투자액(증자)이 많아진 것"이라며 "현재 단계에서 미리 손실로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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