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공급과잉으로 일부 지역 아파트값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도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가격 상승이 지속되는 등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공급이 잇따르는 지역은 세입자 우위, 전세난 심화 지역은 집주인 우위의 임차시장이 형성되면서 집주인과 세입자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10일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서울 마포구와 서대문구 아파트 전세가격은 올 들어 각각 5.62%와 4.87% 올랐다. 전국 시·군·구 상승률 1~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어 제주 서귀포시(4.84%)와 서울 용산구(3.91%), 부산 해운대구(3.80%), 경기 파주(3.78%) 등의 순으로 상승폭이 컸다.
전셋값이 극격히 오르며 이들 지역에서는 전세 재계약 시 '집주인이 부르는게 곧 임대가격'일 정도로 임대인 우위의 시장이 펼쳐지고 있다. 이에 따른 세입자들의 설움도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 2014년 11월 전세 계약을 해 서울 서대문구 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김민환(43·남)씨는 "계약 만기 한달 반 정도를 앞두고 집주인이 '집을 팔겠다'며 나가달라고 했다. 2년 연장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며 "하지만 최근 집을 직접 매수하겠다고 하자 인근 부동산에 내놓은 가격보다 1000만원을 갑자기 더 부르더라"며 황당함을 토로했다.
김 씨는 이어 "그럼 전세 만기일에 맞춰 (전세)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하자 집이 팔리지 않았는데 어떻게 돌려주느냐며 오히려 큰소리가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사비용이나 중개사 수수료 등 추가 비용을 감안해 재계약이나 직접 매수를 하려 했지만 결국 김 씨는 소송 등 법적 해결로 인해 보증금 반환 지연과 감정 격화 등으로 상처만 안게 될 처지에 놓였다.
서울 시내 한 중개업소에 매물을 알리는 전단이 붙어있다. 사진/뉴스1
반면, 대구와 구미, 경기 하남 등 최근 새아파트 입주가 급격히 증가한 지역들에서는 전세가격 하락으로 인해 집주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구 달서구와 달성군의 경우 올해 전세가격이 각각 4.18%와 4.08% 떨어지며 가장 낙폭이 컸다. 또 울산 동구(-2.89%), 경북 구미(-2.76%), 경기 하남(-2.72%) 등도 전셋값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투자 목적으로 하남에 아파트 한 채를 분양받은 박 모씨는 보증금 석달 전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90만원 조건으로 1년 간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최근 임차인이 월세를 지속적으로 지연시키면서 불편을 겪고 있다.
현재 시세가 월 임대료 20만원 가량 오른 상황이지만 세입자는 임대차 보호법을 거론하며 2년 거주를 주장하고 있다.
이정찬 가온AMC 대표는 "전국적으로 전세나 매매 모두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집주인이 유리한 임차시장이 형성되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는 공급물량이 크게 늘면서 세입자들이 유리한 상황이 전개된데 따른 것"이라며 "임대계약 체결 당시 이런 부분을 염두해두고 계약서에 특약 조건으로 명시하는 등 임대계약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