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치열해지는 취업 경쟁 속에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들의 피로감은 더해가고 있다. 학업 성적뿐만 아니라 외국어와 인턴활동 등 스펙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취업 문턱을 넘기가 좀처럼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며 취준생들의 선망의 대상으로 꼽히는 증권 유관기관들의 신규직원 채용 경쟁률은 최대 100대1에 육박하고 있다. 현재 신규직원 채용을 진행 중인 한국증권금융(KSFC)의 신규직원 채용 경쟁률은 100대1에 달한다. 15명 모집에 1500명 가량이 지원하면서 지난해에 이어 10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국예탁결제원(KSD)의 경우 일반직 11명, 전산직 5명 등 총 16명 모집에 1523명이 지원, 95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25명 모집에 2000명 가량의 지원자 서류가 접수돼 8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었다. 한국거래소의 경우에는 35명 모집에 1864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53대1의 경쟁률이다. 지난해 25명 모집에 2100여명이 지원한 것과 비교해 다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높은 경쟁률이다.
하지만 정작 회사 내부에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낙하산 인사’가 끊이지 않으면서 스스로 위상을 깎아내리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신임 이사장으로 취임했지만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 이사장은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으로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과는 서울대 82학번 동기다.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으나 탈락했고, 최근 산업은행장과 기업은행장 후보로도 거론돼 왔다.
한국증권금융은 지난 8월말 주총을 통해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을 상근감사위원(상임이사)으로 선임하면서 홍역을 앓고 있다. 그는 앞서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도맡아 작성한 소위 ‘친박인사’로 거론된 인물이다.
비단 이들뿐만 아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금융공공기관·공공기관 지분보유 금융회사 27곳의 전체 임원(사외이사 포함)을 대상으로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현직 임원 255명 중 40%인 97명이 관피아 또는 정피아 출신의 이른바 ‘낙하산 인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쪽에선 치열한 ‘취업전쟁’이, 다른 한쪽에선 ‘낙하산 인사’가 끊이지 않는 모습. 너무도 확연히 다른 금융권의 두 얼굴에 씁쓸함이 몰려온다. 그간 공염불에 그쳤던 낙하산 인사 방지를 위한 법안들의 신속한 추진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할 시점이다.
권준상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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