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미래부의 씁쓸한 민낯
2016-10-20 16:38:26 2016-10-20 16:49:19
[뉴스토마토 서영준기자] 갤럭시노트7 사태에 대처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태도가 씁쓸하기 그지없다. 미래부는 지난 19일 삼성전자와 함께 수출지원반 회의를 열 계획이었다. 회의 목적은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관련 부품업체 등 중소기업 지원방안 마련이었다.
 
사상 초유의 리콜 사태에도 꿈쩍 않던 미래부가 갤럭시노트7 단종과 함께 파장이 관련 부품업계는 물론 수출산업 전반으로까지 이어지자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소 잃고서라도 외양간을 제대로 고쳤으면 하는 바람으로 모두가 회의 결과를 주목했다. 13일 회의 소집 공문을 미래부로부터 전달 받았던 유관기관과 관련 민간기업 모두가 같은 심정이었다.
 
회의는 그러나 계획과 달리 열리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협력사들을 위한 방안을 만들고 있고, 혼란스러운 시기에 내부정비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삼성전자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미래부 측은 "삼성전자에서 관련 대책을 내놓으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자체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며 "지금 회의를 여는 것은 시기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는 즉각 기사화됐다.
 
이후 미래부의 태도는 주무부처로서의 책임과 거리가 멀었다. 되레 변명에 급급했다. 특히 초임 사무관의 업무 미숙으로 미래부의 답변이 잘못 전달됐다는 해명까지 보내왔다. 미래부 관계자는 "처음 만들어진 회의 계획안은 담당 사무관 차원에서 작성된 것"이라며 "신임 사무관의 업무파악 미비로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수화기 너머로 해당 사무관이 주변에 답변을 어떻게 해야할지 의견을 구하는 다급한 목소리는 그렇게 묻힐 뻔 했다.  
 
미래부는 수정안도 보냈다. 갤럭시노트7 단종과 관련해 관계 기관과 함께 삼성전자 부품 협력사 등 산업계 전반에 대한 파급효과를 지속 모니터링하고 면밀하게 분석해 공동으로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는 취지였다. 갤럭시노트7 뒷북 회의마저 취소했다는 당초 기사와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별 반응이 없자 미래부는 새롭게 작성된 수출지원반 공문을 보내왔다. 미리 확보한 13일자 공문과 비교해 봤다. 17일자 공문에는 당초 회의 주제였던 '삼성 갤럭시노트7 사건 대책회의'라는 표현이 사라지고, 대신 일상적 안건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상황 면피를 위해 공문을 급하게 변조했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갤럭시노트7 단종은 박근혜 대통령도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참모진 회의에서 우리경제에 미칠 충격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면밀한 대응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런 와중에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을 총괄한다는 미래부는 삼성 요구를 들어주기에 바쁘다. 레임덕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다. 공문을 바꿔 해명에 집중하고, 책임을 한 명의 신임 사무관에게 몰아가는 미래부의 민낯은 씁쓸하기만 하다.
 
서영준 기자 wind090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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