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수기자] 불황 속 유일하게 호황을 누리며 웃고있는 편의점업계가 남다른 고민에 빠졌다.
담뱃값 인상, 도시락 인기 등의 흐름을 타면서 외형상으로는 실적과 주가가 빠른속도로 성장하는 것으로 보이고 있지만 당장 올해와 내년 실적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의 전체 매출 중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보통 40% 내외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지난해 담뱃값 인상으로 45% 안팎으로 상승했다. 편의점에서 팔리는 제품 중 절반가량이 '담배'인 셈이다.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담배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올해 실적과 주가 등이 상승한 배경에도 담뱃값 인상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앞으로에 대한 걱정도 높아졌다. 유통업계의 실적 발표는 보통 '전년 대비' 신장률을 중심으로 공개하는데, 담뱃값 인상효과로 매출이 크게 오른 업계가 그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앞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편의점의 담배 의존율은 일본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높다"며 "지난해초 담뱃값 인상으로 금연했던 소비자들이 다시 담배를 구입하기 시작하면서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다소 신장할 수 있었지만 당장 내년은 어떻게 장사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본의 경우 담배가 차지하는 편의점 매출 비중은 25% 수준에 불과하다. 대신 간편식 등 식품군에 대한 매출비중은 60%대에 달한다. 코트라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일본 편의점의 상품군별 매출 비중은 간편식품(35%), 가공식품(27%), 담배(25%) 순이다.
반면 국내 편의점의 경우 프레시푸드(신선·즉석식품) 카테고리의 매출비중은 10%대에 그친다. 최근 열풍이 불고있는 도시락도 프레시푸드 카테고리 안에 포함돼있어 전체 편의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일본 편의점은 담배 비중이 20%, 신선·즉석식품 비중이 20~40%대인 반면, 한국 편의점은 담배 40%, 신선·즉석식품 비중이 10%대"라고 말했다.
업계는 담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도시락 등 PB(자체브랜드)상품을 대거 확대해 수익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직접 소싱해 제작하는 PB상품은 기존 NB상품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높기 때문에 PB상품군에 대한 매출비중이 늘 수록 편의점의 수익개선에 도움이 돼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편의점업계는 식품업계와 협업해 다양한 제품개발에 나서는 등 PB상품군 강화에 힘쓰고 있다. 실제
BGF리테일(027410)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씨유)의 경우 전체 판매상품 중 PB제품의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PB상품의 매출 신장률도 올 상반기 36.9%에 달했다.
GS리테일(007070)의 GS25도 지난해 담배를 제외한 전체 매출 중 PB상품의 비중이 35%를 넘겼다.
업계는 또 고객들의 자연스런 유입을 위해 1000원 내외의 원두커피를 판매하는가 하면 택배보관함이나 카쉐어링 등 다양한 서비스를 도입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편의점 업계가 담배의 매출비중이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반면, 간편식품군의 비중은 10%대에 그쳐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제공=BGF리테일)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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