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연초 1900선을 이탈해 시장을 당황시켰던 코스피가 2060선 고지를 넘어 신기록 경신 행진을 지속하나 싶더니 또다시 2000선 아래로 후퇴했다. 전과 다름없이 수많은 장밋빛 전망으로 시작한 증시는 올해도 급격한 변동성에 한바탕 휩쓸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밸런스롱숏펀드는 이런 변동성에도 흔들림 없이 수익률 상위권을 유지, 눈에 띄는 성적을 내고 있어 주목된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박헌석 미래에셋자산운용 멀티에셋리서치본부 전략리서치팀 팀장(36)의 '우보천리(牛步千里)' 운용철학과도 무관치 않다.
"펀드는 고객을 차별해선 안 됩니다. 어느 시점에 자산을 맡겨도 잃지 않게끔 변동성 관리가 최우선돼야 한다는 얘기죠. 고객이 항상 마켓타이밍을 알고 들어오진 않으니까요."
2일 박헌석 팀장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운용 중인 '미래에셋밸런스롱숏펀드'는 올 들어 3.17%(2일 기준)의 수익을 내면서 해당 펀드 유형 중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펀드자산의 50% 이상을 채권으로 담아(90% 미만) 이자수익을 확보하는 동시에 국내 주식(50% 미만) 롱숏전략으로 추가 수익을 내는 채권혼합형펀드다. 같은 기간 유형 평균(-0.68%)을 앞선 것으로 전체 국내주식형펀드(-1.71%)와 국내채권형펀드(1.69%) 성과와 비교해도 높은 수익률이다.
이 펀드의 낮은 변동성은 다른 채권혼합형펀드와의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실제 미래에셋밸런스롱숏펀드의 연초 이후 고점 대비 최대손실폭(Max Drawdown·MDD)은 1.40%에 불과하다. 올 들어 1.40% 이상 손실 낸 구간이 없었다는 뜻이다.
박 팀장은 이 펀드의 MDD가 -1.40%를 기록했던 것은 지난 여름 시장 주도주의 손바뀜, 다시 말해 순환매가 발생한 결과라고 했다. 부침의 폭을 방어할 수 있었던 것은 건강할 때 미리 들어 둔 '보험'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쌍둥이주'에 기반한 롱숏 페어트레이딩(Pair Trading) 전략이 힘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짝짓기 전략'이라고도 불리는 페어트레이딩은 상관관계가 높은 두 종목을 짝지은 다음 고평가된 종목은 팔고, 저평가된 종목을 사들이는 구조다. 예컨대 이니스프리 브랜드를 가진
아모레G(002790)에 매력을 느꼈다면 '롱'으로 두고 동일산업인
아모레퍼시픽(090430)을 '숏'으로 짝지어 예상치 못한 리스크에 대비한다. 결국 사드 직격탄을 피한 아모레G의 수혜를 순수하게 누리는 셈이다.
"많은 이들이 페어트레이딩을 재미없다고 합니다. 짝 지은 종목의 주가가 크게 벌어지지 않으니 애초에 고수익을 지향할 수 없다는 이유인데요. 의사결정이란 것은 항상 맞을 수 없는 겁니다. 때문에 리스크를 제거할 보험료(공매도 비용)를 들여서라도 변동성을 줄이는 것이죠."
2014년부터 KB자산운용에서 롱숏펀드를 운용하다 올 초 미래에셋운용에 합류한 그는 본래 헤지펀드 전략을 짜던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지나치게 튀려다 망가지는 헤지펀드를 많이 봤습니다. 무리한다 싶으면 1년을 못 가더군요. 밸런스 감각이 없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나라도 다르게 해보자'는 각오로 시작했습니다."
속도조절 없는 용과장(용감한 30대 과장급 매니저)들의 단기 스팟은 부럽지 않았다고 했다. 단지 뚜벅뚜벅 고객과 나의 투자시계를 동일시하는 것에만 집중했다는 박 팀장이다. 그렇더라도 수익을 추가로 꾀하는 일은 그가 존재하는 이유. 작년부터 시장의 대세로 자리한
포스코(005490),
롯데케미칼(011170)과 같은 '아재(아저씨) 주식'은 꾸준히 관심을 두고 있다고 했다.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기대심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12월 금리인상을 시사한 만큼 유동성이 뿜어나오진 않을 걸로 봅니다. 지지부진한 장세 지속되는 가운데 성장주의 부진, 그리고 선별적인 가치주의 성장이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최근 조정을 받고 있는 대형가치주는 매수 기회입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밸런스롱숏펀드'는 올 들어 2.63%의 수익을 내면서 해당 펀드 유형 중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2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이 펀드를 운용하는 박헌석 팀장은 밸런스롱숏펀드의 운용철학을 설명했다. 사진/미래에셋자산운용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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