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LPG 과징금 결정, 엇갈린 반응
업계 "행정소송도 불사"..시민단체 "공정위 제역할 했다"
2009-12-03 12:50:10 2009-12-03 19:26:16
[뉴스토마토 손효주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LPG(액화석유가스) 공급업체에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자 관련업체들이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나서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SK에너지와 SK가스를 제외한 LPG 4개 업체들은 3일 "과징금 규모도 지나치고 담합사실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SK에너지와 SK가스는 담합사실을 자진 신고해 리니언시 제도에 따라(자진신고자 감면 제도) 각각 과징금 전액과 50%씩을 감면받았다.
 
다만, 대응 수위에서는 업체들 간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다.
 
A업체 관계자는 “공정위에 이의신청을 하는 단계가 있긴 하지만 우리는 바로 행정소송을 고려 중에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심의과정에서 피심 업체들이 자진신고 업체들이 제시한 증거자료가 일부 추후 작성된 점 등 증거 불충분의 이유를 들어 소명의 기회를 좀 더 갖자고 요구했지만, 공정위가 이를 무시하고 심의를 강행한 바 있어 이의신청을 해봐야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또 공정위가 피심업체들에게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주겠다고 해놓고 빠르게 심의를 강행한 점, 증거불충분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 점 등을 들어 "더 이상 공정위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B업체 관계자 역시 “담합한 사실 자체가 없으며 증거도 불충분했고, 또 시간도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그는 “행정소송까지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공정위가 곧 보내올 의견서를 보고 최종 판단을 하겠다”고 말했다. 통상 공정위는 담합 심의후 40일 이내에 업체에 사건 관련 의견서를 보낸다.
 
이 관계자는 다만 리니언시제도에 대해서는 확실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밀가루 담합, 설탕 담합 사건 등이 있을 때마다 결국 시장 주도업체들은 자진신고로 과징금을 면제받거나 감면 받고 점유율이 낮은 업체들만 과징금을 물어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공정위가 자체 조사력을 더 강화해야 함에도 조사의 시작을 리니언시 제도에만 의존하고 있어 가장 많은 이득을 본 업체들이 가장 적은 과징금을 무는 사례를 늘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번 담합사건에서 리니언시 제도로 과징금 100%를 면제받은 SK에너지 관계자는 “지금으로써는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공정위가 제 역할을 다 했다며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석유시장감시단 단장을 맡고 있는 송보경 서울여대 교수는 “공정위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관련업체들은 자진신고업체를 탓할 것이 아니라 막대한 피해를 본 소비자들에게 정중히 사과해야 하고 과징금을 빠른 시일 내에 납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어 “리니언시 제도는 담합을 효과적으로 적발할 수 있는,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제도”라며 “SK가스와 SK에너지가 과징금을 감면 또는 면제 받은 것을 비난할 수 있겠지만 이들 때문에 고질적인 LPG담합 문제가 일부 해결됐으니 비난만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민병희 참여연대 간사 역시 “리니언시 제도에 대해 논쟁이 있지만 선진국에서도 이를 최선의 방법으로 활용하는 등 실질적으로 담합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다만 리니언시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다수의 피해자가 담합업체들을 대상으로 직접 소송을 할 수 있는 소비자 집단소송제 등 다양한 방안들이 나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손효주 기자 karmar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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