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다혜기자] 국정 역사교과서의 현장 검토본이 오는 28일부터 홈페이지에 전자북 형태로 공개될 예정인 가운데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이 국정 교과서 집필 중단과 포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장 교육감은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국민들은 최순실 등의 국정농단에 꼭두각시처럼 놀아난 정권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넘어 허탈감에 빠졌고 정부를 극도로 불신해 역사교과서 국정화도 그대로 추진하기는 어렵게 됐다"며 "국정교과서 집필을 중단하고 국정화 정책을 포기하는 것이 정부에 대한 불신과 반발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면서 교육적 손실도 줄이는 가장 올바른 판단이라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한 가지 역사 의식만을 강요하는 것은 독재적 발상일 뿐만 아니라 항일독립투쟁을 축소하고 친일을 숨기고 유신독재와 전두환 군부를 미화하고 민주화투쟁을 폄훼하는 왜곡된 역사를 가르쳤던 자괴감과 부끄러움에 국정화를 줄곧 반대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역사학자의 90% 이상, 역사 교사의 97%, 국민 대다수와 14개 시·도 교육감이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정책을 '역사를 바르게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박근혜 대통령 발언을 앞세워 정부는 비밀 군사작전 하듯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정화 작업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의 교육감들이 반대하며 보조교재 개발에 앞장서온 저로서는 이 시점에서 국정화를 포기하는 것이 국가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현명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역사학계와 시민단체 등에서도 국정교과서 폐기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의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국민 절대다수의 반대에도 우격다짐으로 추진한 국정교과서를 정의하는 용어가 '복면집필'과 '비밀주의'가 되고 말았다"면서 "정부는 박정희 탄생 100주년에 맞춰 2017년부터 중고등학교에 쓰이도록 밀어붙인 국정교과서 발행작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희망네트워크도 지난달 31일 성명을 통해 "비선 정치로 민주공화국 현재 역사를 파탄시킨 세력이 과거 역사를 장악하려고 쓰는 역사교과서를 '순실왕조실록'이라 부르겠다"면서 "주권자인 국민의 이름으로 국정화 작업의 중단을 명령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여론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내년부터 일선 학교에 보급되는 국정교과서 발간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정 역사교과서는 학생들의 역사공부를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며 "정권 차원에서 발간하는 게 아니라 교육 차원에서 발간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단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내년 3월 보급 예정인 고교 한국사, 중학교 역사 교과서를 다음 달까지 의견 수렴을 거친 뒤 내년 새학기에 맞춰 해당 교과서를 일선 학교에 배포할 계획이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이 지난해 10월14일 오후 광주 동구 YMCA 무진관에서 열린 광주시민사회단체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기자회견에 참석해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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