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운기자] 일부 저축은행들이 소비자들의 생계형 신용대출 승인을 미끼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을 저축은행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불법영업 행태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저축은행업계의 주택담보대출 실적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이번 영업행태가 빈번하다는 의견에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7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은 현재(지난 8월 기준) 4조57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3조5400억원)보다 1조300억원(34%) 늘었다.
특히 이 가운데 가계 주택담보 대출 잔액은 1조26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8500억원)보다 48.2%로 대폭 증가했다.
그동안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시중은행 보다 높은 편이라 한도가 모자랐던 일부 소비자들의 경우 시중은행을 통해 빌린 담보대출 이외에도 2금융권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이후 시중은행과 2금융권의 LTV한도가 70%로 동일해지면서 은행보다 높은 대출금리의 2금융권을 이용하는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왔다. 그러나 오히려 현재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성장세에 대해 소비자들의 시중은행 대출 심사 탈락 등의 풍선효과를 노린 불법 영업행위가 자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저축은행으로 전환할 경우 LTV한도를 제외한 나머지 대출금액을 신용대출 형태로 빌려주겠다는 등의 생계형 대출을 노린 이른바 끼워팔기식 불법영업 행위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있는 소비자가 생활자금을 위한 생계형 신용대출을 받으려고 하는 경우 저축은행의 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타면 신용대출을 승인해주겠다는 방식의 유인책으로 소비자들을 모객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행법상 저축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의 LTV를 회피할 목적으로 신용대출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탈락자들이 풍선효과에 따라 2금융권으로 내몰리는 등의 상황을 미끼로 고객을 유인하는 불법행태가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금융당국이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시중은행들이 대출심사를 강화하자 탈락한 수요들이 2금융권으로 넘어오게 되면서 실적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라며 "불법영업과 관련해선 일부 저축은행들의 모집인들이 영업을 벌인 것으로 보고 파악 중에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개인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동일한 차주를 대상으로 LTV 회피 목적과 관련한 사실유무를 일일이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동일한 차주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LTV 회피 목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무조건 대출을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 불법행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저축은행과 모집인을 대상으로 현황 조사를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부 저축은행들이 소비자들의 생계형 신용대출 승인을 미끼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을 저축은행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불법영업 행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정운 기자 jw89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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