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생계형 창업'이 늘고 있다. 고용대란으로 자영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급증한 탓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정부가 과밀업종, 지역에 대한 창업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생계형 창업자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소상공인 업계에서는 과당경쟁을 제한한다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창업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 규제 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는 지난 9월 전년 동월 대비 8만6000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2년 9월 11만1000명 증가한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문제는 생계형 창업 비중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 중 숙박·음식점업종 등 생계형 자영업자 비중은 40.3%로 전년(39.9%)보다 늘었다. 설상가상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부채도 불어났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2016년 9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국내 금융권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256조원에 달한다. 최근 1년 새 23조원, 올해 들어 17조원 넘게 급증했다. 지난 2012년(173조4000억원) 대비 47.6% 증가한 수치다. 자금 사정이 어렵다보니 창업과 폐업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만 9만명에 이른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정부는 생계형 창업에 제동을 걸었다. 과밀업종과 지역 진입을 억제하는 처방전을 내놓은 것. 2018년까지 사업체 수, 매출 변동 추이, 영업이익 감소 추이 등을 고려해 과당경쟁이 우려되는 지역을 ‘소상공인 과밀지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과밀지역·업종 예비창업자에 대해서는 소상공인 창업자금 등에 대한 패널티 부과로 창업 억제책을 쓸 예정이다.
소상공인 업계는 과당경쟁을 막자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자영업자들을 향해 채찍만 휘두르는 데 대해 비판했다. 20년간 자영업에 종사하는 김 모씨는 "경쟁자가 없으면 후퇴되는 업종도 있는데 획일적으로 정하는 것이 과연 맞는 방향인지 의문"이라며 "과밀지역이라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것인데 수요가 있는 곳에 창업을 제한하면 허허벌판에 가서 장사를 하라는 것인지, 새로운 업종을 창출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한국사회는 고용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창업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창업자들간 경쟁도 문제이지만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로 무수한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가게 문을 닫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들의 기업활성화라는 명목하에 불공정한 행위, 골목상권 침해 등을 일삼는데 이 같은 부분에 대해 법체계를 잡는 것이 먼저"라고 꼬집었다.
서울 서대문구 이대역 근처의 상점들이 폐업신고로 인해 문이 닫혀있다. 사진/뉴시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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