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미국의 트럼프 시대 개막을 앞두고 국내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에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당장 연말 금리인상에 따른 리스크는 완화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내수 침체에 따른 매수세 약화가 우려된다. 정부의 대출 및 청약 과열지구 규제책이 맞물리면서 거품붕괴 가속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 시간으로 지난 9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 핵심은 미국 이익 우선의 국수주의로 손꼽힌다. 이에 따라 지금 당장은 그동안 미국이 유지해 온 적극적 국제개입 노선을 버리고, 자국의 경제이익을 위한 노선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때문에 자동차와 전자 등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기는 큰 타격이 예상된다. 트럼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 주한미군 분담금 증액 등 우리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발언을 그동안 공공연하게 내놓기도 했다.
국내 경제 불안에 따른 부동산 시장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당장 미국발 금리인상 압력은 다소 완화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불확실성 확대와 내수 침체 가능성으로 인한 부동산 매수심리 위축이 예상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이자 부담을 낮춰 유동성 장세를 이어가려는 트럼프의 공약을 보면 미국 금리인상 부분이 더뎌질 수 있다. 국내 금리 부분 리스크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자국 보호주의 성향, 한미 FTA 재협상 거론 등에 따른 국내 내수 및 경기 타격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들이 상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역시 "금리 부분은 부정적인 영향이 당장 줄어들 수 있겠지만 부동산 시장이 글로벌 동조화 되고 있는 만큼 국내는 물론 세계 경제 영향에 따른 하향 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미국 대선에 따른 충격까지 겹치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정부가 대출여건을 강화하고, 청약시장을 중심으로 투자수요 억제에 나선 것과 맞물리며 수요자들의 심리 위축은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는 "부동산 시장은 심리가 크게 좌우하는 만큼 국내 정책 기조가 이미 규제로 돌아서면서 상승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며 "국내외 경제 불안요소가 늘어나게 되면서 주택 매수에 나서려는 수요자들의 심리는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1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3대책 이후 첫 공표된 주간단위 매매가격 변동률은 강남권 재건축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뚝 끊기며 하락폭이 축소됐다.
한편, 경제 침체에 투자처를 잃은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안전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집중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른 부동산 시장 상품별, 지역별 양극화가 더 심화될 수 있다.
남영우 나사렛대학교 교수는 "미국의 보호무역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건설이나 부동산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경기 침체를 부추길 수 있다"면서도 "기업들의 어려움과 저금리 기조에 주식이나 채권, 예금에서 이탈하면서 유동자금이 주택 등 안전자산으로 몰릴 수 있다. 상가 등은 어렵겠지만 역세권 등 입지가 좋은 수익형이나 주택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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