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한국통상)미국, 대미 무역흑자 내세워 원화절상 압박
환율조작국 리스크도…중국 지정땐 '우회수출'까지 타격
2016-11-16 14:03:49 2016-11-16 14:03:49
[세종=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우리나라는 글로벌 환율전쟁에도 비켜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자가 보호무역주의와 함께 약달러 노선을 강조해온 터라 향후 원화가치 절상 압력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더불어 교역상대국에 대한 통화절상 압력이 커지는 등 대외 환율정책은 더욱 강경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당선자가 중국을 환율 조작국이라고 비난한 바에서 보듯이 대규모 무역흑자국에 대해서는 무역 제재와 더불어 통화가치 절상압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무역 상대국의 환율조작과 관련해 당분간 새로운 입법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다만 대중국 적자가 확대되고 위안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환율 제재 관련 새로운 입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미국 재무부는 4월과 10, 1년에 2차례 환율보고서를 작성하는데 환율 조작이 의심되는 상대국은 관찰대상국이나 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된다.
 
만약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통상과 투자 부문에서 직접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미국은 타깃으로 대미 무역 흑자국인 한국과 중국, 대만, 일본, 독일 등을 꼽았다.
 
트럼프는 대선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45%의 관세를 물릴 것이라 공언해왔다. 그의 발언이 현실화될지 관심이 집중돼고 있는데 위안화 절하 가속화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안화 가치가 약 8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중국과 미국의 환율전쟁이 본격화되면 한국의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드 바필드 미국 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15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주최한 '미국 신 행정부 정책전망 세미나'에서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았는데도 연간 3000억달러가 넘는 천문학적인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트럼프 정부가 수개월 안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며 한국도 이에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다이와 증권에 따르면 트럼프가 당선돼 미국이 중국 상품에 관세율 45%를 적용할 경우 중국의 대미 수출은 87% 가량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이렇게되면 한국 대외수출의 26%를 점하고 있는 대중국 수출은 70% 이상이 중간재 형태로 중국에서 가공된 후 미국으로 수출되는 구조인만큼 한국경제에 충격을 받게 된다.
 
미국의 환율 제재와 무역보복 대상은 중국이 타깃이지만 우리도 간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가 있다.
 
미 재무부는 우리나라를 환율 감시대상국으로 지정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경상수지 흑자폭을 감소시키고 수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장기적인 원화 절상이 필요하다"며 국제통화기금(IMF) 수치를 인용해 구체적으로 원화가치가 4~12% 절하돼 있다고 평가했다.
 
즉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내세워 원화절상 압력을 노골화할 수 있는 지점이다.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FTA가 발효되기 전인 2011년 말 116억달러에서 작년 말 258억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또 최악의 경우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 김준동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트럼프는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한 강한 비난을 제기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의 환율조작에 대한 불만이 있다""1차적인 타깃은 중국이지만 우리에게까지 충분히 번질 수 있는 사안으로 최악의 경우 한국을 환율조작 제재대상에 포함해 관세부과 등 직접적인 조치를 가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대미국 무역흑자 규모가 큰 나라들과 함께 관찰대상국 명단에 포함돼있다""미국의 환율조작국 대상에 오를 가능성에 대비해 외환·통상 연계 분야에 대한 총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어 여러 정책부처 간의 공조체계가 요구되고, 특히 철저하게 데이터에 기반한 통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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