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정기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법인차시장을 두고 자동차업체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연말은 대기업 인사 시즌과 맞물려 법인차 수요가 크게 늘어 준대형·대형세단 판매가 활성화되는 시기다. 특히 현대차는 5여년만에 ‘그랜저 IG’를 새롭게 선보인 만큼 법인차시장에서의 강자 자리를 더욱 확고히 굳히겠다는 방침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통상 기업들의 임원 정기인사가 몰려있는 연말·연초 인사시즌에 법인판매 비중이 높은 준대형·대형세단 판매량이 늘어난다. 최근 주요기업들이 경기침체와 실적악화로 비용 절감을 위해 임원승진 인사 폭을 줄이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법인차 판매 확대를 통해 수익성 개선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꾀할 수 있어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임원 차는 준대형·대형세단이 주로 선택된다. 10대 그룹에서 상무급은 통상 배기량 3000㏄ 미만·가격 4000만원대, 전무급은 3500㏄ 미만·5000만원대 차량을 택한다. 부사장급은 4000㏄ 전후, 사장급은 5000㏄대급 차량을 이용한다.
차 모델별로 살펴보면 상무와 전무급은 준대형세단인 현대차 그랜저·아슬란·제네시스, 기아차 K7, 쉐보레 임팔라 등이 대상이다. 부사장 및 사장 이상에서는 현대차 프리미엄브랜드 제네시스와 에쿠스, 쌍용차 체어맨 등을 선택한다.
현대차 신형 그랜저 IG. 사진/현대차
현대차(005380)는 이달 중순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가는 신형 그랜저와 제네시스, K9 등을 통해 법인차시장 공략에 나선다. 최근 내수시장 점유율이 50%대로 내려앉으면서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연말과 연초 법인차 수요를 늘려 수익성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법인차시장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그랜저가 5여년만에 새롭게 출시 되는 만큼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일부터 사전계약을 시작한 신형 그랜저는 첫날에만 총 1만5973대가 계약되며 준대형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국내 사전계약을 실시했던 차종 중 역대 최대 기록을 가지고 있는 2009년 YF쏘나타(1만827대)보다 5146대 더 많은 수치다. 국내 준대형차 월평균 판매대수인 1만586대(올해 1~10월 기준)와 비교해도 5000대 이상 많다.
신형 그랜저의 이 같은 인기비결은 진일보한 역동적인 디자인과 현대 스마트센스 등 동급에서는 볼 수 없었던 첨단 안전 편의사양 등이 고객의 기대감에 부응했기 때문인 것으로 현대차 측은 보고 있다. 경쟁모델 대비 최대 500만원가량 저렴한 것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제네시스 EQ900. 사진/현대차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하며 남다른 애정을 보이고 있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EQ900을 선택할 신규 임원들도 많은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출시 당시에도 법인 계약이 사전계약의 약 40%를 차지하는 등 특히 고위급 임원급에게 인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Q900는 동적인 우아함이 돋보이는 외관 디자인과 인간과 자연, 장인정신이 공존하는 인테리어를 중점 방향으로 4년간 1200여명의 전담 연구진이 투입된 제네시스 브랜드의 최고급 플래그십 후륜구동 세단이다. HDA 시스템을 적용해 고속도로에서는 핸들과 페달의 조작 없이도 주행이 가능하다. 기존 후측방 경보 시스템 성능을 향상시킨 후측방 추돌회피 지원 시스템도 국산차 최초로 적용했고 세계 최초로 운전석에는 스마트 자세제어 시스템을 탑재했다.
또한 기존 에쿠스 모델에 없던 3.3L 터보 엔진을 추가하고 기존 3.8L 및 5.0L 엔진의 성능을 강화하는 등 소비자 선택 폭도 넓혔다.
그 밖에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쌍용차도 각각 임팔라, SM7, 체어맨 등을 앞세워 법인차 영업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국지엠의 임팔라. 사진/뉴시스
한국지엠이 지난해 출시한 ‘임팔라’는 올해 1~10월 내수시장에서 1만375대가 판매되며 준대형시장에서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한국지엠이 그동안 내놓은 베리타스, 스테이츠맨, 알페온 등은 법인차시장에서 외면받아 왔지만 임팔라를 내세워 법인차 판매에 적극 나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업무용 차량으로 현대차 에쿠스에서
쌍용차(003620) 체어맨으로 변경하면서
부사장 및 사장급 이상으로부터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체어맨의 판매량은 그리 많지는 않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차로 알려지면서 사장급 임원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특별한 법인차 대상 판매 할인계획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법인차시장에 적극 대응하는 이유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수입차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수입차 신규등록 대수는 지난해 같은달 1만7423대보다 18.3% 증가한 2만612대로 집계됐다. 전달 등록실적(1만6778대)에 비교할 경우 22.9%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연시는 정기 승진 인사가 몰려 있기 때문에 법인차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맞춰 자동차업체들도 법인차 판매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배성은 기자 seba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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