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후 2327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재벌닷컴은 20일 국민연금이 보유한 합병 삼성물산의 보유 주식가치는 지난 17일 기준 1조518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전 양사 지분가치 2조1050억원과 비교해 5865억원(27.86%) 감소한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두달 동안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합병 후 지분 1266만321주 가운데 169만5868주를 매도해 최소 2700억원 가량을 현금화했다. 결국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총 2327억원의 손실을 떠안은 것으로 집계됐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은 1 대 0.35 비율로 이뤄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 일가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 쪽에 유리하다는 논란 속에서 합병안은 통과됐다. 출석 주식의 3분의 2인 66.7% 보다 불과 2.8%포인트 많은 69.5%의 찬성을 얻는 데는 지분율이 11.02%인 국민연금의 찬성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기준 옛 삼성물산 지분 11.61%와 제일모직 지분 5.04%를 보유했다. 국민연금은 옛 삼성물산 보유 지분이 제일모직 지분 보다 더 많은 상황에서 합병비율이 제일모직 1주당 옛 삼성물산 0.35주로 결정돼 손실률이 높았다. 손실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찬성을 했다면 외압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옛 삼성물산의 지분을 더 많이 갖고 있었던 삼성SDI, 삼성화재 등 삼성 계열사들과 삼성 측 백기사 역할을 맡았던 KCC도 현재 10%가 넘는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후 국민연금이 5865억원, KCC가 3152억원의 손실을 본데 이어 삼성SDI 1741억원, 삼성전기 900억원, 삼성화재 544억원, 삼성문화재단 207억원, 삼성생명 13억원, 삼성복지재단이 7억원 각각 손실을 봤다.
국민연금공단 외경. 사진/뉴시스
김혜실 기자 kimhs2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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