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촘촘해진 부동산 투기세력 거름망, 이번엔 효과 볼까
내년부터 아파트 잔금 대출에도 원리금 분할상환 적용
분양시장 실수요 중심 재편…양극화 현상은 더 심화
2016-11-27 11:00:00 2016-11-27 11:00:00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부동산 투기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정부의 압박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11.3 부동산 대책으로 청약 1순위 및 재당첨을 제한한 데 이어 시중에 풀린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각종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갈수록 촘촘해지고 있는 부동산 투기세력 억제정책이 과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4일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후속대책으로 집단대출 중 잔금대출과 상호금융의 주택담보대출에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서 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총부채상환비율(DTI)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제외됐지만 시장에서는 사실상 DTI 규제가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조치로 내년 1월 1일 이후 분양되는 아파트의 집단대출 중 잔금대출에 대해서도 원리금을 나눠 갚는 분할상환 방식이 적용된다. 거치기간이 기존 5년에서 1년으로 단축됨에 따라 상환부담은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반 시중은행 외에 보험사,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도 포함돼 대출이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
 
중도금 대출에 대한 부담도 더 커지게 됐다. 개인의 상환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중도금 대출을 받을 경우 입주 시기쯤 잔금대출로 전환할 때 원리금 상환 부담이 급격하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총체적 상환능력심사(DSR)가 연내 도입되는 점도 투자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DSR은 대출심사를 할 때 차주의 다른 대출까지 포함해 상환능력을 심사하는 제도다. 내달 9일 DSR 구축이 완료되면 은행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연내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으로 인해 내년 분양시장이 실수요 위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 투기세력을 견제하겠다는 정부의 시그널이 확실해진 이상 단기 차익을 노린 '묻지마 청약'이 감소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최근 몇 년간 수백대 1을 기록했던 분양시장도 내년부터는 기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투자수요가 많았던 강남 재건축 단지들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규완 대신증권 연구원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고분양가에도 불구하고 분양실적이 좋다는 점이 가격상승의 원동력이었지만 향후 투자수요 감소로 분양실적이 악화되고 이는 재건축 사업성 약화, 가격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 연구원은 "수도권 외 지방 대도시의 분양권 투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지방 대도시 대부분이 분양권 투자로 분양시장만 호황을 이뤘지만 이번 조치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자금이 충분한 고소득층들에게는 오히려 이번 조치가 자산 증식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 연구위원은 "8.25, 11.3 대책에 이어 이번 조치까지 더해지면서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입 문턱은 더욱 높아졌지만 고소득자들은 자산이익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됐다"며 "가격이 높더라도 투자가치가 충분한 곳에는 여전히 투자수요가 몰릴 것이다. 이로 인해 분양시장 양극화도 더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아파트 잔금 대출에도 원리금 분할상환이 적용되는 등 부동산 투기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정부의 압박이 강화되고 있다. 부산시 해운대구의 한 견본주택 내부 전경. 사진/일성건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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