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지주사 체제 전환…전자 인적분할 뒤 물산과 통합 유력
전자와 생명 지배구조 양대 축…적은 비용으로 이재용 지배력 키워
2016-11-29 17:32:54 2016-11-29 17:44:00
[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삼성전자가 인적분할과 지주회사 전환 등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을 공식화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달 등기이사에 선임,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예상된 수순이다. 경영권 승계와 함께 오랜 과제였던 지주사 체제도 마지막 퍼즐을 풀면서 '뉴 삼성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29일 이사회 직후 "지배구조 개편 방안에 대해 외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의뢰해 검토 중"이라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현재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과 통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다만 삼성전자는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물산 합병을 검토할 계획은 없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물론 추후 논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게 삼성 관계자의 일치된 전언이다.  
 
현재 삼성전자 주주는 삼성생명(7.55%), 이건희 회장 외 특수관계인(4.91%), 삼성물산(4.25%), 삼성화재(1.32%), 삼성재단(0.09%)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분 0.59%를 포함해 이건희 회장과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쳐도 18.2%에 불과하다. 반면 외국인 지분율은 50%가 넘기 때문에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게 삼성 입장이다. SK 소버린 사태 등 일련의 경영권 분쟁도 학습효과로 작용했다. 물론 속내는 경제민주화를 앞세운 정치권의 압박 등이 크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 분석이다.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 중 지주회사 전환이 유력한 이유는 적은 비용으로 쉽게 총수 일가의 삼성전자 지분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주식을 사들여 지배력을 높이기에는 천문학적인 자금 동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다. 대신 인적분할을 통해 가치가 줄어든 지주회사 지분을 사들이면 적은 비용으로도 지배력 유지가 가능해진다.
 
자사주 활용 방안도 꼽힌다. 현재 삼성전자는 12.8%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뉘면 두 회사간 자사주를 통한 주식 교환으로 지주회사는 사업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크게 확대할 수 있다. 또 이 부회장은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회사에 내주고, 지주회사 신주를 받아오는 현물출자를 통해 지주회사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서는 계열사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전환시 순환출자 등 법위반이 있으면 이를 2년 내에 해소해야 한다. 현재 삼성은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정점으로 7개의 순환출자 고리로 연결돼 있다. 또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상장 자회사들의 지분을 20% 이상, 비상장사는 4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따라서 순환출자 고리 정리와 함께 계열사 지분을 사고 파는 작업이 추후 진행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과 함께 삼성생명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는 금융지주사 설립도 유력하다. 금융지주로 전환하면 최대주주와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사업회사 지분을 보유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지분을 삼성생명 지주회사에 넘겨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자금을 확보한 삼성물산은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1.63%를 매각하면,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반면 삼성생명은 2대주주로 내려오면서 비금융사의 최대주주가 될 수 없는 금융법을 충족시킬 수 있다. 또 금융지주회사법상 금융자회사 지분을 30% 이상, 비상장사의 경우 50% 이상 보유해야 한다. 따라서 금융지주는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자산, 삼성카드 등 금융 자회사들의 지분을 사들여 30% 이상 보유하면 된다. 여기에 중간금융지주회사법안까지 통과된다면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은 훨씬 수월할 수 있다.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이 입법화될 경우 삼성으로서는 보다 많은 시나리오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재계 해석이다.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단계는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물산의 합병이다. 삼성전자는 "현재로서는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여부만 검토하고 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합병 후 총수 일가가 삼성전자를 포함한 모든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게 되므로 사실상의 최종 수순으로 꼽힌다. 이렇게 되면 삼성물산을 핵심으로,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부문과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제조부문으로 나누는 그룹 지배구조가 완성된다. 
 
이상원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삼성 오너일가가 지배하는 그룹의 최고 정점이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과 금융지주 전환 등 내년 말까지 변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부회장으로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증여를 시작으로 촉발된 삼성의 경영권 승계가 지주사 체제 전환을 끝으로 대단원의 마침표를 찍을 전망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 출처/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김혜실 기자 kimhs2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